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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홈쇼핑②] ‘라방’ 원조 홈쇼핑, 라이브커머스 성장에 못 웃는 이유

이안나
TV홈쇼핑 업체들이 ‘자릿세’ 개념으로 유료방송에 내는 송출수수료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방송매출 절반 이상을 넘었다. 신성장 동력으로 모바일 기반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점찍고 e커머스·SNS와 함께 맞붙고 있지만 명확한 규제가 없어 혼란스럽다. 모바일 경쟁에선 주 고객이던 중장년층 외 젊은층 확보도 중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홈쇼핑업계가 처한 위기와 대응 전략을 집중 살펴본다. <편집자 주>
CJ온스타일 간담회 진행 모습
CJ온스타일 간담회 진행 모습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쇼핑 수요가 늘면서 라이브커머스, 이른바 ‘라방’이 인기 채널로 급부상했다. 모바일로 영상을 즐기고 쇼핑하는 문화와 쌍방향 소통이라는 강점이 맞물린 결과다.

송출수수료 부담과 소비자들의 탈(脫)TV화 현상에 직면한 홈쇼핑 업체들 역시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20여년 이상 TV를 통해 생방송 판매를 해온 만큼 라이브커머스에서도 전문성 있는 콘텐츠를 내세운다. 자체 보유한 방송 제작 인프라 및 상품 발굴 역량, 생방송 진행 경험을 모바일 채널에 과감히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은 홈쇼핑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아닌 더 넓은 분야로까지 이어진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그립 등 정보기술(IT)기업들은 판매자 ‘누구나’ 온라인에서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물건을 팔 수 있단 점을 내세우며 성장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아닌 산지에 있는 생산자부터 로드샵 사장까지 참여하는 ‘라이브커머스 대중화’가 목적이다. 그 결과 네이버는 라이브커머스 선두업체로 자리잡았고 11개월만에 누적 거래액 2500억원을 돌파했다.

◆ 홈쇼핑·인터넷 업계, 가이드라인 필요 vs 자율에 맡겨야=홈쇼핑 역시 라방 사업자이지만 아직 소비자들을 만나는 주요 채널은 TV다. 급성장하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이들이 불편한 기색을 갖는 건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가 형식·내용면에선 매우 유사해도 규제 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전자상거래법·표시광고법 등 기본적 소비자보호법부터 상품소개 심의 규정을 받고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낸다. 반면 라이브커머스는 통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방송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신고만 하면 사업을 할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하는 기업들 책임도 그만큼 적다. 라방을 통해 상품을 구매했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는 중개 플랫폼이 아닌 오픈마켓처럼 판매자와 직접 해결해야 한다. 홈쇼핑이 연예인을 쇼호스트로 내세웠다가 이들의 한마디 실수로 홍역을 치르고 판매 제품이 문제가 됐을 때 소비자 보상에 나섰던 홈쇼핑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라이브커머스가 이제 막 성장하는 산업인만큼 허위‧과장 광고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조사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5개 업체에서 송출된 120개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 30건(25.0%)의 방송에서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될 소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령 석류즙을 광고하면서 ‘갱년기 증상, 빠른노화·치매예방 효과’를 언급하거나 바디크림 설명 중 ‘셀룰라이트를 없애고 탄력을 올린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교육 영상 캡처
네이버 쇼핑라이브 교육 영상 캡처

이에 라이브커머스 운영 업체들도 자정노력을 강화 중이다. 일정 등급 이상의 온라인쇼핑몰 사업자에게만 권한을 부여하거나 판매자 대상 사전교육 강화, 실시간 신고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단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최소한의 의무적 절차가 도입돼야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제 막 성장하는 산업에 규제를 들이대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립한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실장은 “플랫폼에서 교육은 단순 권고 수준으로 강제성이 없고 이로 인해 부실한 방송 진행이 된다면 진행자 자질은 물론 플랫폼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며 “규제 자체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방송 진행자만이라도 방심위와 연계하거나 해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게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라이브커머스는 기존 홈쇼핑 입점이 어려웠던 판매자들에게 길을 열어준 새로운 채널이며 대용량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 망 비용부담도 크다”며 “신규 산업이 기존 산업과 부딪히는 건 당연하지만 기존 산업 규제를 적용했다간 새로운 시장 자체를 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방송·통신 융합한 뉴미디어…규제 도입 순탄치 않아=국회에선 신사업에 대한 규제보단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규제 필요성을 언급한다.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규제가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산업에서 공정경쟁을 한다면 특별히 규제 대상이 되지 않겠지만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누가 책임을 지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 2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통신판매중개업자가 라이브커머스 방식으로 진행한 영상을 녹화 등 방법으로 보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비자가 쉽게 거래기록을 열람·보존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사진=NS홈쇼핑
사진=NS홈쇼핑
다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라이브커머스 규제가 지지를 얻는다 할지라도 도입 과정은 순탄치 않다. 최소한 규제라도 시행하려면 어떤 부처 소관인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영상 판매하는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로 어디서 관할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가령 허위·과장 광고 규제를 위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만이 아니라 전자상거래를 관할하는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품목별 소관 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 라이브커머스 영상을 녹화할 때도 누가 주기적으로 어떤 법률에 따라 관리해야할지가 논의돼야 하는 셈이다. 이 경우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초상권 문제와도 얽혀있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관여해야할 수 있다.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온라인 플랫폼 하나를 두고 어느 법률에 따르더라도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누가’ 맡을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중요한 영역으로 무엇이 더 국가 차원에서 효과적인지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자들도 최소한의 규제라는 범주를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문제이지 아무 기준 없는 걸 원하는 게 아닐 것”이라며 고 설명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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