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앞당긴 글로벌 제약바이오 공급망 재편, 우리의 현주소는?
- 자국우선주의 강화 시대서 제약주권 강화 국가 ↑
- 미국·유럽 등 제약주권 확보국 공급망 재편으로 자체 유통망 확대 노력
- 국내 제약업계, 신흥 시장 포함 해외 진출 적극 노려야… 정부 지원 필요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팬데믹 이후 신약 개발, 완제 의약품·의료품 보유 국가 등 이른바 '제약주권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제약바이오업계 글로벌 밸류 체인(GVC, Global Value Chain,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필수 의약품 내재화 등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코트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강화된 백신·신약 보급 등에의 자국우선주의가 관련 원료·의약품·의료품·원료의약품(API) 등의 미보유국가들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제약주권국에서 수출 제한을 걸면 의료 수급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의료 자급화를 이루지 못해 의약품 생산 등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자국 의약품 생산망을 마련하고 국내외 변이 바이러스 출몰 등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mRNA 백신 개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컨소시엄을 꾸리거나 한미 백신 파트너십으로 세계 시장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국내는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한 API 재생산, 물류 유통 등의 기술은 갖고 있지만 신약 개발 등의 성과는 요원한 게 사실이라 팬데믹 이후 관련 연구를 정부 차원서 지원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구체 지원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은 자국 내 코로나19 종식을 정부 차원서 목표로 정해 제약 혁신을 강하게 이끌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제조업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자 의료품 포함 필수 의약품 국산화에 주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마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한 후 과학 친화 정치를 발표했다. 특히 제약바이오 혁신 정책으로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19 극복(Beat Covid19, 비트 코비드19), 바이오 혁신 가속화 전략을 세웠다. 국민 건강 보험 개혁법, 암 정복 프로젝트 부활, 신약 연구 개발 위한 투자 지원, 규제 강화 등을 강조한다.
비트 코비드19 전략에는 7대 과제가 있다. 무상 코로나 검사 지원, 개인보호장비 공급, 과학적 근거 기반 방역지침 제공, 치료제·백신의 공평한 배분, 고령층·고위험자 우선 보호, 감염병 예측·대응전략 수립, 연방정부 중심 위기관리 체계 복구 등이다.
바이오 혁신 가속화 전략에는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4년간 3000억달러(한화 약 337조원) 규모 예산을 미국국립보건연구원(NIH)에 투자하는 방안이 있다. 그간 NIH 연구개발 투자 비용이 연간 400억달러(연간 45조원) 규모였던 것에 비해 오는 2022년에는 NIH 예산이 510억달러(약 58조)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연구프로젝트 기관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cts Agency for Health)도 신설한다. ARPA-H는 연구기관, 비영리단체, 민간기업을 연계하는 방안이다. 연구 혁신성 강화, 산업화 등을 정부가 신속 지원한다. 감염병 등 공중 보건 관련 중앙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이 들어간다.
유럽은 공급망을 강화하는 등 이미 확보한 제약주권국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안정적인 제약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해 신제약 산업 전략을 발표하고 생산 증대를 통한 공급 다각화 필요성도 강조한다.
유럽연합(EU)은 제약산업에서 타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의약품·API 수입을 줄여 자율성을 확보하려 네 가지 목표를 세웠다. EU는 세계 의약품 수출국 중 시장 점유율 63%를 가진 나라다. 그럼에도 더 높은 독립성을 확보해 제약 GVC 내에서 탄력성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이미 주권국이기 때문에 e-헬스 시스템, 바이오뱅크, 민관협력 촉진 등을 꾀하는 쪽으로 새 방안을 살피고 있다.
유럽제약산업연맹(EFPIA)이 지난 2020년 2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혁신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전체 API의 77%가 EU 자체에서 나온다. 12%는 미국, 9%는 아시아다. 제조가 EU 밖에서 이뤄지는 이유는 낮은 원가 기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U는 외부 생산을 아예 없애는 방안보다는 제약 유통망 관련 탄력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약 GVC 내 연구개발(R&D), 혁신, 제조, 물류 등 요소 중 어디에 중점을 둘지 검토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API 일부 생산이나 현지 제조업체를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에 대한 도움도 강화한다. 모든 상황에서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약품 가격을 적절하게 매기는 것도 과제다. 디지털화·기술 혁신으로 생태발자국도 줄인다. 필수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마지막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미국 주도 바이오공급망연맹(Bio Supply Management Alliance, BSMA)을 EU에도 꾸린 것을 기반으로 연맹 차원서 EU 내 제약업계 협력을 더 강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BSMA 역할을 강화해 제약업계 관계자들에게 수익성 낮은 일부 필수의약품 등을 제조하라고 할 만한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비용 위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기업들에 보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도와 위기 상황서 의약품 공급 탄력성을 자체적으로 갖추려는 목적이다. 제휴, 지원비 지급 등의 역할을 맡아 돕는다.
신흥거점시장은 어떨까. 멕시코는 항암제 등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각해 정부가 법을 바꿔 의약품을 국제입찰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베트남은 자국 의약품 점유율을 5년 내 75%까지 높일 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우디 역시 정부 주도 2030 제약산업 육성책을 추진하며 외국 기업 투자 유치, 합작 등을 통한 협업을 강화해 제조 기술과 산업 육성을 동시에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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