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韓 창작가들이 부리고, 돈은 구글·애플이 받는다?[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
지난 3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한작협)는 구글을 저격했다. 이유는 일명 '구글 통행세'가 배경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는 웹툰·웹소설은 대표적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배포되고 있다. 이는 창작자들의 대표적인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웹툰·웹소설 작가들은 구글이 자신들의 노력에 무임승차를 하려고 든다고 주장했다. 구글 통행세란, 구글의 인앱 결제 시스템 의무화를 말한다. 앞서 구글은 올해 10월1일부터 기존 게임에만 적용되던 인앱 결제 시스템을 웹툰과 웹소설, 음악, 영상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협회는 "앱 마켓을 이용하는 수많은 국내 플랫폼이 30%의 수수료를 떼이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창작물을 만드는 일선 창작자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구글 앱 결제 시스템 의무화를 강력히 반대했다.
매출이 줄면 콘텐츠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독자들은 그만큼 접근이 어려워질 것이기에 다시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며, 결국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 전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발표한 '구글 수수료 정책 변화에 따른 기업현황 및 대응 방안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매출액과 동일한 기준으로 구글의 인앱 결제 의무화 정책 실행 시 올해 국내 모바일 앱·콘텐츠 기업들의 추가 부담 수수료 규모는 약 373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수수료 2874억원 대비 30.8%p(885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산업 평균성장률을 적용한 2021년 매출액으로 수수료 규모를 측정한 결과 더 큰 증가세를 보였다. 비게임 분야의 수수료는 2020년 대비 46.7%p(1342억원) 증가한 약 4416억원의 규모로 나타났으며, 이중 웹툰 분야(42.6%p)의 수수료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글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인해 예상되는 주요 피해 사항으로는 ▲모바일 앱/콘텐츠 비용 상승 ▲소비자 구매 의욕 저하 ▲모바일 앱/콘텐츠 개발/제공업체의 수익 저하 및 수익구조 악화 ▲앱/콘텐츠 개발 및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 감소 및 품질 저하 등으로 인한 모바일 앱/콘텐츠 기업들의 전반적 체질 약화 등이 꼽힌다.
인앱 결제를 강행할 경우 구글은 1년에 최소 3700억원 이상의 추가수익을 챙기는 반면, 한국의 콘텐츠 업체와 창작자는 그만큼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구글 수수료 정책 변경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대응 방안으로는 다른 우회경로를 모색한다는 응답이 42.1%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불이익을 우려해 그대로 수용한다는 응답이 35.0%, 민원제기/제도보완을 요구한다는 응답이 33.6%로 주요 대응 방안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요금 인상, 다른 앱마켓 플랫폼 이용 등은 20%대의 응답률을 보였으며, 다른 업체들과 연계/공동 대응한다는 응답은 14.5%에 그쳤다.
한작협은 "국회는 구글의 '갑질'이나 다름없는 밀어붙이기식 인앱 결제 의무화를 막고, 국내 콘텐츠 생태계와 창작자의 미래를 위해 '구글 인앱 결제 방지 법안'을 하루 빨리 통과시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은 일부 해외 기업들이 애플의 애플리케이션(앱)마켓 '인앱 결제' 수수료 조치가 과하다고 반발했던 내용과 맥락이 비슷하다.
애플은 지난해 글로벌 앱스토어를 통해 전년 대비 24% 성장한 6430억달러(약 713조8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3일 밝혔다. 한국 앱스토어에서는 139억달러(약 16조50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에 입점한 앱이 이용자에게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유료 판매할 때 애플이 만든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한국 매출이 전 세계 앱스토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가량일 뿐인데도 매출액은 어마어마하다.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8월 애플이 자사의 인앱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앱 내 모든 결제에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경쟁제한행위라며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자사의 앱스토어 결제 방식은 안전한 국제 거래를 촉진해 앱 개발자가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며 "결과적으로 전세계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왕진화 기자>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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