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이연구 변호사]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보유하는 주식은 1주당 29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즉, 쿠팡의 다른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1주당 1개의 의결권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김범석 의장은 1주당 29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상황이 일반적이다. 구글의 경우에도 창업주들에 대하여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 바 있고, 페이스북의 경우에도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상당수 보유한 사실이 있다. 나아가 홍콩, 중국, 싱가포르, 인도의 경우에도 1주당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되는 주식의 발행이 허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1주에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복수의결권 제도라고 부르는데,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에게 매우 매력적인 제도이다. 소규모의 인원이 의기투합하여 회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창업자 개인의 능력과 열정이 스타트업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러나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이라고 할지라도, 사업 초기 단계에는 안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키거나 순이익을 발생시키기 어렵다. 이에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보유하는 주식을 순차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매도하거나, 신주발행을 통하여 계속적으로 투자금을 모집한다. 그런데 이 경우 창업자의 지분율 희석이 동반되고, 창업자는 예전과 같은 지배력(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창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스타트업의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반면 복수의결권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면 지분율 희석이 동반되더라도, 창업자는 50%가 넘는 의결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즉 창업자는 스타트업에 투자금을 계속적으로 유치하며 본인의 능력과 열정을 계속적으로 발휘하며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국내에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복수의결권의 도입을 허용하자는 취지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3개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가장 마지막(2020. 12. 23.)에 발의된 정부 제출 법률안에 의하면 그 주요내용은, 창업주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100분의 30미만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등의 경우에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4이상의 동의를 받아 존속기간을 10년의 범위 내로 하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되,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 및 양도하거나 이사의 직을 상실하는 경우 등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이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위 법률안에 대한 2021. 3. 4.자 중소벤처기업 소위원회 회의결과를 보면, 과연 올해 내로 위 법률안이 국회의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재벌의 경영세습에 악용될 우려가 있고, 기존에 상법이 허용하고 있는 무의결권 우선주(종류주식)를 통하여 창업주의 경영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 관점은 스타트업의 현실을 좀 더 면밀히 관찰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로서 향후 경영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무의결권 우선주를 배정받으면서까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로도 무의결권 우선주를 활용하여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많지 않다.
또한 복수 의결권으로서의 효력 기간을 제한하고, 복수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양도하거나 상속하는 경우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강제하는 경우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영세습에 위 제도가 악용될 우려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같이, 국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이 나아갈 수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당연히 그에 부합하는 제도도 빠르게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한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의 국외 이전(플립) 사례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결권 제도가 스타트업의 발전 및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한 이상 무턱대고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무조건적으로 복수의결권 제도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금년 내로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이 빠르게 통과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