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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게임 '포켓몬고', 한국과 해외서 큰 온도 차이…왜?

왕진화
-게임업계 관계자 "국내 이용자와 해외 이용자, 게임 장르 선호도 확연히 달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출시 만 4년을 넘긴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의 국내외 온도 차이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해외 성적부터 모바일 앱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을 통해 살펴보면, 포켓몬 고(Pokémon GO)는 17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스웨덴 게임 최고 매출 1위, 독일 게임 최고 매출 4위, 미국에서 게임 최고 매출 순위 5위를 기록 중이다. 일본 및 영국에서도 5위를 유지하며 매출 최상위권에 들어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상위 5개 지식재산권(IP) 기반 타이틀이 2020년 14억달러(한화 약 1조5904억)를 벌어들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중 매출 1위는 포켓몬 고로, 4억8000만달러(한화 약 5445억)의 매출을 냈다.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가 2016년 개발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가 코로나19 시대에 해외에서 더욱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기까지 하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고 난 뒤 당시 포켓몬 고 핵심 콘텐츠의 한계가 왔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야외에서 걸어다니며 포켓스탑을 돌아다니고, 대부분 카메라를 켠 상황에서 가상세계에 있는 포켓몬을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언틱은 굴하지 않았다. 곧바로 '리모트 레이드패스'(사진 가운데)를 만들었다. 먼저 '레이드패스'란, '레이드 배틀'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는 티켓이다. 레이드 배틀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보스 포켓몬을 쓰러뜨리는 전투다. '전설의 포켓몬'이나 '환상의 포켓몬'과 싸울 수 있으며 포켓몬을 쓰러뜨리면 하얀색 '레이드볼'을 통해 포획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리모트 레이드패스를 통해, 레이드 배틀이 열리는 체육관(실제 장소)을 직접 가지 않고 집에서 머물러도 포켓몬 및 보스 포켓몬을 편하게 잡을 수 있게 됐다. 리모트 레이드패스는 2분의 대기시간동안 타 플레이어들이 오지 않아서 레이드를 포기하게 되더라도 소모되지 않는다. 이 패스로 인해 플레이어는 이전에 핵심 기능인 야외 걷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위치 기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이 게임이 출시된 지 4년이 지났다. 한때 증강현실(AR)을 대중에게 가장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대표 게임으로 상징되기도 했다.

2017년 1월 국내 정식 출시된 이 게임은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게임을 앉아서 하는 게 아닌, 걸어 다녀야 한다는 것에 대한 흥미가 새롭게 생겼기 때문이다. 국내에 정식 출시되기 전인 2016년, 유일하게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고 알려진 강원도 속초는 한때 '태초마을'로 불리기도 했으며, 속초 한 바닷가 인근에 물 포켓몬을 잡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릴 정도였다.

정식 출시 당시 사람들은 만화 속처럼 트레이너가 되어 포켓몬을 잡고 결투를 하며, 체육관을 점령해 뱃지를 수집하는 등의 재미를 원했다. 초창기였던 해당 게임은 대중의 상상과 달랐던 모양이다. 포켓몬을 원없이 잡을 수는 있었으나, 그게 끝이었다. 레이드나 PvP(이용자들간 대결) 등 기대했던 재미 요소 또한 당시엔 없었다.

포니타가 진화한 날쌩마. 관동지방(왼쪽) 1세대와 가라르 지방(오른쪽)에서 나고 자란 날쌩마의 모습은 외형도 다르고, 타입도 다르다.
포니타가 진화한 날쌩마. 관동지방(왼쪽) 1세대와 가라르 지방(오른쪽)에서 나고 자란 날쌩마의 모습은 외형도 다르고, 타입도 다르다.
4년이 지난 지금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포켓스탑(게임 속에서 포켓몬볼이나 도구 등을 얻는 장소)에서 로켓단이 등장하기도 하고, 포켓몬고를 집에서 틀어도 바로 열기구를 타고 로켓단이 우리 집에 찾아온다. 로켓단 보스인 비주기도 만날 수 있다. 멀리 있는 친구도 레이드 배틀에 바로 초대할 수 있다.

관동(1세대)지방을 비롯해, 성도(2세대), 호연(3세대), 신오(4세대), 하나(5세대), 칼로스(6세대) 등 많은 지방에서의 새로운 포켓몬들도 등장한다. 포니타나 나옹(나이킹) 등 가라르 지방의 포켓몬도 다른 외형의 모습으로 가끔 출현한다. 포켓몬고 속에서 사진 컨테스트가 종종 열리기도 하며, 이에 따라 희귀 포켓몬과 트레이너(이용자)는 야외에서 유쾌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현재 7세대와 8세대 일부 포켓몬의 서비스도 준비 중이란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17일 기준 한국에서는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82위를 기록 중이다. 가끔 '포켓몬 고 페스트 2020'처럼 2일간 특별 행사를 진행하면 플레이어들이 티켓을 구매하는 덕분에 매출 10위권에 반짝 나타나곤 하지만, 그래도 해외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성적이다.

이렇듯 포켓몬고는 미국 및 유럽을 장악했으나 한국에서는 그에 비하면 뜨뜻미지근한 편이다. 이유는 국내와 해외 이용자들의 게임 장르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와 해외 이용자의 게임 선호 성향 자체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하드코어 유저층을 비롯해 이용자 대부분은 역할수행게임(RPG) 위주 게임에 선호도가 높다면, 해외에서는 (포켓몬고의) 네트워크 자체가 이용자의 주변 사람들과 단절되지 않도록 하면서 계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임이라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공간 구애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특히 높게 보고 있다"며 "협력하는 콘텐츠가 갈수록 많아지고, 야외는 물론 집에서도 충분히 이 콘텐츠를 즐기게 될 수 있다는 점이 포켓몬고가 계속적으로 사랑 받게 된 주요 요인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왕진화 기자>wjh9080@ddaily.co.kr
왕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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