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 유망기업탐방] ‘삼성 반도체 패키징’ 하나마이크론, 韓 OSAT 선봉장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난이 발생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한 영향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특정 기업이 모든 공정을 소화하기보다는 분업화로 대응하는 추세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초호황을 맞이하고 이를 보조하는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분야에 낙수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그동안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반도체 위주였다.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부분 작업을 자체 처리했다. OSAT 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기는 제한적이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을 육성하는 등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활성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여서 협력사에 주어지는 몫이 늘어난다.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하나마이크론은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 2001년 설립된 기업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관리본부장, 멕시코 복합단지장 등을 역임한 최창호 회장이 창립자다. 현재는 삼성전자 삼성SDI 등을 거친 이동철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 판교사업장에서 만난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후공정은 크게 범핑-어셈블리(패키징)-파이널 테스트로 나뉜다. 하나마이크론은 이를 턴키로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핑은 반도체를 기판에 연결해주는 전도성 돌기인 범프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포장하는 단계가 패키징, 완제품 작동 여부를 최종 점검하는 것이 파이널 테스트다.

기존 하나마이크론 주력은 패키징이다. 매출의 60~70%를 차지한다. ▲전기적 신호 통로인 도선을 연결하는 와이어본딩 ▲도선 등 연결고리 없이 범프에 기판을 접촉시키는 플립칩 ▲웨이퍼 상태에서 바로 패키징하는 웨이퍼레벨패키지(WLP) ▲등이 주요 패키징 기술이다.

2년 전부터 시작한 범프 사업은 올해 들어 자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범프 및 프로브 테스트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하나더블유엘에스(이하 하나WLS)는 네덜란드 N사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허를 보유한 ‘Thick RDL(레이어 재배치)’ 기술이 핵심이다. 배선 두께를 20마이크로미터(㎛)로 늘려 전기적 저항을 최소화했다. 하나마이크론의 WLP 효율을 높여준다.

하나WLS는 250억원 규모 1차 투자를 완료해 내년에는 웨이퍼 생산능력 월 1만3000장(현재 월 4000장)을 확보할 예정이다. 향후 월 3만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범프와 패키징은 모바일 제품이 핵심이다. 작년부터 서버용 메모리를 수주하고 시스템반도체 물량을 늘려가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매출 10% 내외를 담당하는 지문인식센서(렌) 패키징도 쏠쏠하다. 중국 업체와 드림텍 크루셜텍 등의 정전식 FPS 제품을 처리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베트남 2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테스트 사업은 시스템반도체가 대부분이다. 메모리는 삼성전자 등이 내재화했다.

2020년 실적의 가장 큰 특징은 시스템반도체 62%를 차지한 점이다. 40~50% 수준에서 두 자릿수 성장했다. 하나마이크로은 작년 초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450억원 설비투자하면서 수요 대응을 나선 상태다. 삼성 파운드리와 국내 팹리스 몸집이 커지는 만큼 하나마이크론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서버용 메모리 등 고부부가치 메모리 패키징 수주를 확대하고 시스템반도체 및 테스트 매출도 확대할 것”이라며 “최근 인쇄회로기판(PCB) 부족 사태로 확보한 물량마저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다. 3분기 지나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PCB 공급난은 글로벌 반도체 대란 탓이다.

한편 하나마이크론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2020년 연간 매출 5395억원, 영업이익 5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8.3%, 13.3% 증가했다. 투자비용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대폭 감소했으나 전반적인 사업은 견조했다. 올해는 하나WLS 등 매출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긍정적인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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