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매출 수천억인데 직원은 50명 미만…새 외감법 피해가는 외국계 IT기업들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개정 주식회사 등에 대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의 시행으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실적이 다수 공개됐다. 외국계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어렴풋하게 추측하던 경쟁사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새 외감법에도 불구하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외국계 기업은 극히 일부에 국한됐다. 외부감사 의무 조건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이를 충족하지 않는 기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개정법에 따라 주식회사는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500억원 이상 중 1개 이상이거나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말의 부채총액 7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의 매출액 10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말 종업원이 100명 이상 중 2개 이상 항목인 기업이 대상이 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는 대부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한회사의 경우 다른 조건이 적용된다. 유한회사는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말의 부채총액 7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의 매출액 10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말의 종업원 100명 이상 ▲직전 사업연도 말의 사원(주주) 50명 이상 등 5개 조건 중 3개 이상에 해당하는 기업이 외부감사 의무가 부여된다.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의 한국법인 다수는 영업조직 등 최소 인력만 배치하면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거두면서도 종업원은 50여명 남짓인 경우가 많다. 또 사원(주주)도 1명 내지는 10명 이하인 경우가 대다수다. 2개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이 대다수다 보니 유한회사는 자산총액, 부채총액만 조절한다면 외부감사 의무를 피할 수 있다.

이같은 맹점때문에 아예 법인 형태를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한 기업도 있다. 매출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요기요’의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옥션’,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감사보고서는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로열티, 급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어느 만큼의 수익을 거두는지, 수익에 따르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기업 매출액이 공개되지 않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부여에 제약이 생기는 등 국내법의 적용이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다.

ESG 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를, 또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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