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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뛰어든 인텔…TSMC·삼성 '양강체제' 위협할까 [IT클로즈업]

김도현
- 인텔 파운드리 2024년 본격화…단기간 추격은 어려울 듯
- 인텔·SK하이닉스 합류로 EUV 장비 쟁탈전 심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인텔이 수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 합류한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에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당장 1~2위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대적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각)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선언했다. 그는 “반도체 제조를 위한 세계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미국 및 유럽 기반의 주요 파운드리 업체로 변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텔은 미국 국방부의 보안 반도체 등을 대신 생산하기는 했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삼성전자처럼 별도의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관련 분야를 비즈니스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당초 신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운드리 업체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인텔은 자체 파운드리 운영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긍정적인 면=인텔이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설립한 명분은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은 물론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이미지센서 등 모든 제품이 대상이다. 이 영향으로 TSMC 삼성전자 UMC DB하이텍 등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기대 요소다. 겔싱어 CEO는 사업 재편에 대해 ‘정부와 관계없는 판단’이라고 언급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기조상 인센티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 편중된 반도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SMC가 애리조나 공장 증설을 앞둔 점, 삼성전자가 현지 지역 정부와 세제 혜택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인텔은 애리조나에 2개 공장 설립을 확정했고 연내 미국 또는 유럽 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인텔의 위기설을 부추긴 ‘탈(脫)인텔’ 추세도 파운드리 사업으로 일부 상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 아마존 IBM 등은 정형화된 인텔 CPU를 사용하는 대신 자체 칩을 설계하기로 했다. 겔싱어 CEO가 아마존 시스코 에릭슨 구글 아이멕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과의 파운드리 거래를 시사하면서 CPU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큰 틀에서 인텔은 ‘기술 경쟁력’에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단순 공정 숫자로는 TSMC 삼성전자 대비 뒤처지지만 실질적인 밀도, 패키징 기술 등에서 앞선다는 주장이다. 이는 자체 CPU 생산 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기로 한 근거가 됐다.

◆부정적인 면=인텔은 이번 작전명을 ‘종합반도체업체(IDM) 2.0’이라고 칭했다. IDM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병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파운드리로 한정하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가 고객사이자 경쟁사라는 뜻이다. 앞서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도 IDM이다.

순수 파운드리 TSMC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TSMC의 모토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다. 애플이 삼성전자 대신 TSMC에 칩 생산을 몰아준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인텔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첨단 공정의 핵심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도 관건이다. 해당 제품은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한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돼 연간 생산 대수가 제한적이다. 지난해 30대, 올해는 40대 내외를 납품한다. 선도적으로 EUV를 활용한 삼성전자와 TSMC도 장비가 부족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까지 참전하면서 경쟁은 심화했다.

인텔은 CPU 생산에 우선 적용하겠지만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파운드리 분야에도 도입이 불가피하다. 원하는 만큼의 장비를 구매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대적으로 경쟁사 대비 뒤늦게 사용하는 탓에 EUV 관련 노하우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투자 규모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인텔은 올해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파운드리 팹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체 5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TSMC도 올해만 280억달러(약 31조원)를 쏟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수십 조원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후발주자로서 이들과 대적하기에는 아쉬운 수준이다.

주력인 CPU 개발 및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비용도 있기 때문에 무작정 금액을 늘릴 수도 없다.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없다면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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