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견가전업체는 '가성비' 제품만?
- 대기업과 다른 차별화된 기능 및 서비스로 소비자 주목도 끌어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섰다. 한 층 절반 이상이 전자·가전매장으로 채워졌다. 가장 큰 규모로 자리 잡은 건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양사 매장이 마주 보고 위치했다. 200평 규모 대형 매장임에도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엔 위니아·쿠쿠·밀레·다이슨 등 국내외 가전업체 매장도 함께 있었다. 다만 매장 분위기는 앞선 두 기업과 달리 한산한 편이었다. 일부 매장은 너무 조용한 탓에 둘러보기 어색하기도 했다. 같은 프리미엄 제품을 들고 백화점에 입점했지만 결과는 상반된 셈이다.
매장별로 방문객 차이가 나는 이유는 위치나 브랜드 인지도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방문하는 목적이 달라서인 이유도 있다. 이날 삼성·LG전자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혼수 가전 등 견적을 받아보기 위해 상담하러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외 매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도 했지만 주로 소형가전이나 단품 중심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중견가전업체도 오프라인 매장 사업은 중요하다. 이들 역시 ‘가성비’ 제품보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이뤄져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백화점에 방문한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제품 구매가 목적이다. 브랜드 전문 매장 외에 백화점에서 판매 확대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중견가전업체들은 매출처 다변화를 위해 제품군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많은 제품을 진열하는 것만으로는 매장 규모도 한정돼있을뿐더러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는데 한계가 있다. 대기업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주목도를 끌기 위해선 색다른 점을 부각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해야 한다.
쿠쿠의 경우 정수기에 100°C 끓여진 물이 출수되는 기능을 담아 음료·간편식을 조리할 때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위니아딤채는 파격적인 색상을 담은 에어컨 및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오텍캐리어는 3년 전부터 에어컨·건조기 등 대형가전 렌털사업을 시작해 현재 5만 계정을 넘어섰다. 모두 차별화된 기능 및 서비스를 제공해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며 동시에 틈새시장 공략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제품 및 기능들을 매장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주목 끌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매장을 벗어나 사람들이 머물렀던 곳은 안마의자와 커피머신 등 최근 인기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처음부터 이러한 제품들을 구매할 목적을 갖고 백화점에 방문했다기보단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춘 경우다. 국내 업체들도 프리미엄 제품의 정의를 가격 아닌 차별화에 둬야 한다. 먼저 주목을 끌고난 후에야 제품을 살펴본 소비자에게 새로운 수요가 생겨날 수 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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