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1차 소송 최종판결 우위 활용 단기전 유리 - SK이노베이션, 2차 소송 기대 벼랑 끝 전술 가능성 높아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1차 소송(337-TA-1159) 최종판결로 분기점을 맞았다. ITC는 지난 10일(미국시각)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등에 대해 10년 미국 수입 및 유통 금지’를 결정했다. 단 폭스바겐용은 2년, 포드용은 4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ITC 최종판결은 60일 이내 대통령 재가로 효력이 발생한다. 오는 4월11일(미국시각)이 디데이다.
이번 판결을 무효화 하기 위해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60일 이내 양사가 합의해 취하하면 된다. 거부권 행사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60일 이내 협상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경우의 수는 그리 간단치 않다. 유예기간 때문이다. 60일 이내 협상을 해야 유리한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SK이노베이션에게는 2년의 시간이 남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기전으로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대한 우세한 입장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 투자 재원을 이를 통해 확보하면 재무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또 기업공개(IPO) 조건과 시기에 관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종판결 당일 컨퍼런스콜을 실시해 조급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지금 협상하지 않으면 추가 소송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SK이노베이션 고객사도 떠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장승세 전무는 “미국 영업비밀보호법의 손해배상 기준에 따르면 법적으로는 손해배상 금액 최대 200%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라며 “협상 금액에 이 금액을 포함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협상 태도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 한웅재 전무는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및 사용에 따른 LG에너지솔루션의 피해는 미국에만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다른 지역에서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는 SK이노베이션의 태도에 달려있다”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이 낫다. LG에너지솔루션에 승기를 빼앗긴 상태서 협상은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 태도를 강조한 점도 부담이다.
ITC 최종판결에 대해 가장 최근 거부권을 행사했던 사례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특허침해로 고소했던 건이다. 2013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 스마트폰 수입금지 최종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SK이노베이션이 거부권을 기대하는 지렛대는 조지아주 공장이다. 조지아주 정부 등도 지원사격 중이다. 판결대로면 이 공장은 가동이 불투명하다. 일자리 등 지역 경제에 악재다.
거부권 행사가 불발될 경우 남은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끌어내리는 양패구상 전략이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9월 LG에너지솔루션을 특허침해로 ITC에 제소(2차 소송, 337-TA-1179)했다. 여기서 승소하면 LG에너지솔루션 제품도 미국 수입 및 유통을 금지 시킬 수 있다. 다시 동등한 자리에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셈이다. 2차 소송 예비판결 예정일은 오는 7월30일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고인 특허침해소송(3차 소송, 337-TA-1181)은 위험이 크지 않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불리하게 나와도 어차피 1차 소송과 제재 대상이 겹친다. 3차 소송 예비판결 예정일은 3월19일이다.
한편 소송 장기화는 양사 모두 재무적 부담이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우려가 있다. 법률 비용 등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은 7년이 걸렸다. ITC와 민사를 거쳐 합의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