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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 톡] 전자서명법 약발다했나···기대못미친 보안기업들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지난해 5월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라온시큐어,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아톤 등 인증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었다.

하지만 5월과 12월, 법 통과와 시행 시기에 반짝 상승한 뒤 하락하는 공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기업은 실적마저 악화됐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분산ID(DID)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라온시큐어는 전자서명법이 통과된 지난해 5월 20일 4365원까지 상승한 뒤 횡보와 하락을 반복해 12일 현재 3270원으로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상태다.

지지부진한 주가 상황에서 지난 1일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게 만드는 실적이 발표됐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22% 상승한 371억5000만원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35억2000만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것이다.

라온시큐어는 “개발인력 대규모 채용을 통한 연구개발 투자, 기술개발 투자 등으로 인한 판관비 상승과 평가손실, 전환사채 상각이자 등 전환사채관련 비용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대규모의 매출 상승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9.4%에 달하는 영업손실률은 뼈아프다. 특히 지난해 국내 보안기업 다수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호황기였음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패스(Samsung Pass)’로 행정안전부의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 시범사업자’에 선정된 한국정보인증의 주가도 라온시큐어와 유사하다. 지난해 12월 초 개정 전자서명법 시행 직전 1만75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2일 6650원으로 하락했다.

한국정보인증의 경우 아직 지난해 사업 실적이 발표되지는 않았다. 1~3분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9%, 12.6% 성장한 만큼 결과는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연 전자서명법 시행과 관련한 특수를 어느정도 누렸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토스 인증서’와 손잡은 한국전자인증의 주가는 6500원이다. 지난해 연초 4000원대였던 주가는 법 통과 이후 7000원대로 급등, 다른 전자서명법 관련주와 유사한 형태로 횡보를 반복하고 있다. 다만 한국전자인증은 실적이 개선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327억8000만원, 46억5000만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4.4%, 100.6% 상승했다.

이동통신 3사와 함께 ‘패스(PASS)’를 선보인 아톤도 법 통과 이후 3만64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으나 12일 기준 2만4700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2019년 10월 기업공개(IPO)를 한 아톤의 경우 공모가인 4만3000원에 비해 여전히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실적도 하락했다. 아톤은 지난해 290억7000만원, 21억2000만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대비 10.6%, 48.4% 감소한 수치다. 아톤의 매출 비중 상당수가 교통카드 ‘티머니’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코로나19 이후 대중교통 이용량이 급감함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업들 모두 전자서명법 국회 통과일과 시행일 부근에서 큰 상승을 보인 뒤 하락, 횡보를 보이고 있다. 일련의 흐름에 대해 투자 열기가 과도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올해 본격적인 민간 인증서 시장 활성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다소 위태로운 모습으로 출발선에 섰다. 기대만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가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실적이 요구된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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