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만년 유망주’ 보안기업, 불명예 벗을 때 됐다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내에서 정보보안산업을 평가할 때 흔히들 하는 표현이 ‘유망주’다. 여기에는 장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주류 산업으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함께 담겼다. 기대에 비해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을 두고 ‘만년 유망주’라는 멸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촉발한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우리 사회의 디지털 의존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디지털 데이터를 노리는 위협, 또 이에 대응하는 보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같은 변화는 상장 기업들의 2020년 실적 발표에서 엿볼 수 있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8.2% 상승한 817억원을 기록했다. SK인포섹, 윈스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세 기업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물론 지난해 보안업계의 상황이 마냥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공통평가기준(CC) 인증 지연, 수출 계약 백지화, 사업 축소 등 악재를 고려하면 오히려 ‘최악의 한해’라 말할 기업도 적잖이 있으리라 예측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직 모든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잠정실적 발표는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공시하지 않는 기업도 다수다. 이들 기업의 경우 3월 말 사업보고서가 발표되고서야 구체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폭발적인 보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기업·기관들이 업무연속성을 위해 재택근무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안전한 재택근무’ 환경 구축의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법 개정을 통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을 비롯해 전자서명법, 전자문서법,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 등이 보안 수요 증가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은 마련됐다. 이보다 좋은 여건을 기약하기에는 그간의 기다림이 너무 길었다. 유망주라는 불명예를 벗고 결과로 증명할 때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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