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애플카 단순 조립만 한다고?… SW역량 총집결시키는 현대기아차

이상일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지금 '애플카'로 뜨겁다. 테슬라의 등장 만큼이나 시장에 던지는 충격이 크다.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글로벌 IT업계도 초미의 관심사다. 자율주행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이미 자동차는 탈것(vehicle)을 넘어선 생활 플랫폼(platform)이 됐기 때문이다. OS(운영체제)를 비롯한 SW가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으로 되고 있다.

최근 '애플카' 이슈에 맞춰 애플과 제휴하는 현대기아차의 행보가 시장의 관심사다. SW 역량을 총집결시키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행보를 2회로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① 애플카의 등장, 핵심 경쟁력은 결국 SW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애플과 현대기아차가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기아차 조립 공장에서 애플 브랜드의 자율 전기차를 제조하기 위한 계약이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늘고 있다.

다만 양사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지난 2018년에 애플이 오는 2023년과 2025년 사이 애플카를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된 바 있다. 이번 현대기아차와 애플의 협력이 사실이 된다면 애플은 당초 일정대로 전기차 생산 계획이 진행되는 것이다.

앞서 애플은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명명한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신설한 이후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다. 중간에 사업부 축소 등 부침이 있었지만 결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된 셈이다.

◆SW역량 모으는 현대기아차와 애플과 협력관계는? = 현재 자율주행차를 놓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빅테크 기업간 협력은 속도를 내고 있다.

GM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크루즈와 함께 자율주행 및 클라우드 서비스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포드는 구글과 인텔 자회사인 모빌아이와 협력을 맺었다. 메르세덴츠 벤츠와 폭스바겐은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자동차 기업와 빅테크 기업의 합종연횡이 결국 시장 주도권을 놓고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는 계기로 받아들였다.

테슬라라는 시장 파괴자가 등장하면서 자동차 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 라인과 협업 생태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엔진’이라는 자동차의 핵심축이 ‘배터리와 모터’로 옮겨지고 ‘자율주행’이라는 데이터와 IT기술의 집약체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로 떠오르면서 SW기술역량 확보가 급해졌다.

현대기아차도 2020년까지 고도자율주행을, 2030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운바 있다. 2015년 11월 국내 자동차 업체 최초로 미국 네바다 주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하는 등 기술개발도 진행해왔다.

여기에 SW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룹 내 SW역량을 한데 모으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은 3사는 오는 2월 25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4월 1일(합병기일, 예정)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새로 설립될 합병법인은 소프트웨어 개발체계 통합과 개발주체 일원화에 따른 개발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차세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품질과 완성도를 크게 제고하는데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는 지난 1월 비대면시무식을 통해 “올해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는 단계”라며 “그룹 내부 SW 역량 결집을 위해 3사 통합을 진행해 인/아웃(In/Out) 카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융합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 시장의 요구에 적시 대응하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애플과의 협력은 한편으로 현대기아차 SW역량을 한군데 모으는 작업과 불일치하는 면이 있다. 기아차에 한정되긴 하지만 자율주행과 관련한 SW주도권은 애플에 넘겨주고 기아차가 단순히 하드웨어 제조에 국한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넓게보면, 애플카의 등장은 기존 자동차시장에 가졌던 상상력의 여지를 훨씬 더 크게 만들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SW 역량 집중은 차세대 자동차시장의 핵심 속으로 한단계 이상 진입하는 분명한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이상일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