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가상자산에 관심…비트코인 ETF부터 디파이까지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새해 들어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가상자산, 나아가 디지털 자산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 관련 보고서를 내지 않았던 증권사들까지 잇따라 보고서를 내는 추세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현재까지 약 보름 동안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교보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에서 가상자산 관련 보고서를 냈다. 비트코인 투자 및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주요 주제이며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에 관한 보고서도 나왔다.
◆비트코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매력적이지만…“아직 금 만큼은 아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인지는 증권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요 주제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디지털화폐와 ETF’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과 함께 비트코인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총 발행량이 정해져있는 비트코인의 속성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금처럼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가치 하락이 제한적이고,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 속에선 이 같은 특징이 비트코인 수요를 촉발시킨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완전히 자리잡기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에 비해 가치변동성이 매우 높은 탓이다. 신영증권은 “최근 20일 일간변동률 기준의 연환산 변동성은 100%를 넘고 당일 변동 폭도 3% 정도”라며 “이는 금의 변동성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비트코인과 금을 비교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달 18일 펴낸 ‘달러 반등 속, 비트코인 or 금?’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기보다는 향후 금과 동등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장은 비트코인이 금과 동등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비트코인 역시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성만 제고된다면 장기적 관점(향후 10년)에선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은 금과 달리 달러 강세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더딘 상용화,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자금 흐름 등 문제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달러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바뀐 SEC 수장, 비트코인 ETF 출시 가능성 재조명
비트코인 ETF 출시 가능성 역시 증권사들이 주의깊게 다룬 주제다. 증권사들은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출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까지 미국 SEC는 비트코인 ETF 신청을 계속 반려해왔으나 현재 자산운용사 반에크, 발키리 등이 ETF 승인을 신청해둔 상태다.
신영증권은 ‘디지털화폐와 ETF’ 보고서에서 “미국 거래소에 비트코인 ETF가 상장된다면 그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재닛 옐런 신임 재무장관과 게리 겐슬러 SEC(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영증권 측은 “재닛 옐런은 가상자산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고 있고, 개리 겐슬러는 블록체인 전문가”라며 “(이들은) 가상자산 반대론자들이라기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 규제 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가상자산 규제 방향 및 상품화 구체화 등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도 지난달 14일 발표한 ‘New ETF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 그리고 SEC 수장이 바뀐 점도 미국의 가상자산 ETF 승인에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미국 SEC에 비트코인 ETF 승인을 신청한 반에크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비트코인 ETF는 금 ETF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 ETF는 실제 금괴를 보유하는데, 반에크의 비트코인 ETF도 실제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것이란 예측이다.
또 비트코인 ETF 승인은 가상자산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SK증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ETF가 허용되면 유럽과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며 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디파이, 중개인 배재돼 더 높은 수익 얻을 수 있어”
한편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하는 금융 서비스, ‘디파이’의 잠재력을 설명하는 보고서도 등장했다.
교보증권은 ‘화폐전쟁 3.0: 신본위제 구축과 금융의 미래’ 보고서에서 “향후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등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분산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디파이에 대해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금융 소프트웨어로, 용어 그대로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가상자산 대출 서비스 컴파운드(Compound)를 들었다.
교보증권은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가 대출자와 대출자를 연결하고, 대출 조건을 집행해 이자를 분배한다”며 “이 과정에서 중개인은 배재돼 예금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투명성 덕분에 위험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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