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배경음악(BGM)을 깔아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출근 준비나 청소·요리를 할 때 스피커로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면 스마트폰으로 들을 때보다 더 나은 몰입이 가능하다.
인공지능(AI)스피커로 상황에 맞는 추천 음악을 들으면서 큰 불만은 없었다. 음향업체에서 만든 스피커는 더 완벽한 음향을 들으려는 음악 애호가들이 구입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니코리아가 지난달 19일 출시한 SRS-RA5000을 체험해보고선 집에서 흔히 보는 AI스피커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삶의 질을 바꿔주는 건 건조기나 식기세척기뿐만이 아니었다.
SRS-RA5000은 ‘디퓨저 스피커’라는 컨셉의 스피커다. 은은한 향기가 방 안 전체 퍼지는 것처럼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입체적으로 공간 전체를 아우른다는 의미다. 보통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선 좌우에 두 개를 설치해 정면에서 들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자리를 벗어나면 음질이 또렷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와 달리 SRS-RA5000은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 구현을 위해 모든 방향에서 수직으로 소리를 퍼트리는 3개의 업파이어링 스피커를 탑재했다. 3개의 미드 스피커는 수평으로 소리를 넓게 퍼트린다. 70밀리미터(mm) 서브 우퍼는 풍부하고 깊은 베이스가 공간에 울려 퍼지도록 해준다.
총 7개 스피커가 공간을 분석해 사운드를 입체화 시킨다. ‘몰입형(이머시브) 오디오 강화’ 기능을 담아 기존 2채널 스테레오 음원을 3차원 음향으로 체험할 수 있다. 무지향성 설계로 스피커 한 대만으로 공간 어디서든 균일한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제품을 원하는 위치에 설치한 후 사운드 보정 과정이 필요하다. 사운드 보정 버튼을 2초 이상 누르면 분석을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제품이 여러 방향으로 신호를 쏜다. 반사되는 소리를 내장된 마이크가 수음해 최적의 입체 음향을 낼 수 있도록 자동 튜닝된다.
스피커가 쏘는 소리 방향에 몸을 맞추지 않고 여기저기 움직여도 음질이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린다. 특히 스피커와 거리를 두고 한쪽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틀어놨을 땐 기존 AI스피커와 차이가 매우 크다는 걸 실감했다. AI스피커가 웅웅거린다면 소니 제품은 탁 퍼지는 느낌이었다. 스피커를 거실에 두고 방에 들어가 작업해도 카페에서 음악을 틀어놓은 것처럼 선명했다.
사운드 보정 기술은 껐다 켤 수 있다. 몰입형 오디오 기능을 끄고 소리를 들으면 일반 스피커처럼 어느 부분에서 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느껴진다. 3차원 음향을 위해 이 기능을 켜면 스피커에서 사방으로 소리가 나오면서 어느 위치에서 시작되는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소니 공간 오디오 기술을 활용한 360 리얼리티 오디오 음원을 재생하면 공연장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몰입형 오디오 기능이 기존 음원을 공간에 맞게 재생하는 형태라면 360 리얼리티 오디오는 아티스트 녹음 단계서부터 입체적으로 담아낸 소리를 의미한다. 스피커 정면 하단에는 사운드 모드 표시등이 있는데 360 리얼리티 오디오가 재생될 땐 청녹색을, 몰입형 오디오 기능이 켜져있을 땐 흰색을 켠다.
단 360 리얼리티 오디오를 들을 수 있는 종류가 많지 않다. 국내 정식 출시된 애플리케이션(앱) 중에선 Nugs.net이 있지만 유료인데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식 자체가 어색하다. 실제 사용 기간 동안 사운드 모드 표시등이 청녹색으로 켜져 있을 땐 360 리얼리티 오디오 샘플 음향을 들을 때 뿐이었다. 스피커는 무선랜(Wi-Fi,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연결 모두 가능하다. 구글 크롬캐스트가 내장돼 있어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할 수 있다.
TV에 연결하자 풍부한 음질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보통 TV 앞에 사운드바를 길게 두거나 양옆에 스피커를 설치해야 소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그런데 SRS-RA5000은 모든 방향에서 소리를 내 실제 TV 오른쪽에 설치해 연결했어도 시청 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격은 69만9000원으로 스피커에 크게 관심 없던 사람들에겐 높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집 안 공간을 분석한 후 거리 등에 맞춰 조절한 소리를 들으면 과도하게 비싸다고 체감되진 않는다. 고비용 홈시어터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비용과 공간을 들여 몰입형 사운드를 체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