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권의 인공지능 도입과 머신러닝 기반 시스템 고도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드웨어 인프라 자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 금융사들의 클라우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반한 분석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를 시스템으로 지원하기 위한 독자 시스템 구축에는 다소 유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량의 데이터 분석을 위해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서버의 수요가 폭증해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체의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재택근무 활성화로 노트북 등 기기 수요가 늘어난 데 이어 암호 화폐 가격이 폭등하며 채굴을 위한 GPU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GPU 생산 물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서버 가격의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GPU 서버의 대당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물량 수급도 쉽지도 않다.
실제 국내에서 GPU 서버를 가장 많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네이버 역시 GPU 서버 수급에 몇 달씩 걸리고 하드웨어 벤더들도 GPU 서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현재 GPU 기반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에 중소중견 금융사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대형 금융그룹의 경우 비용에 대한 부담이 다소 적어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과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중소중견 금융사들은 대규모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AWS와 클라우드 도입에 나선 카카오뱅크는 AWS 머신러닝과 고급 분석 서비스를 활용에 이번 협력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카오뱅크 정규돈 CTO는 “GPU 장비 수급이 굉장히 어렵다. 때문에 빅데이터 관련 분석, 특히 AI관련 컴퓨팅 파워는 클라우드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도 “팬데믹 상황인지라 일반 금융사들은 해외에서 GPU 수급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국내에선 증권사의 GPU 서버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선택이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로 파생상품 개발 등에 GPU 서버의 활용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최근 주식 변동성이 커지고, 주문양이 폭발하면서 연산에 필요한 GPU가 많이 필요한 곳이 증권사”라며 “보험사도 GPU 수요가 늘고 있다. 한화생명 보험금심사청구 쪽에 네이버클라우드의 GPU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가상화폐의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채굴을 위한 GPU 수요가 큰 상황에서 엔터프라이즈급 GPU 서버의 가격 상승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소유비용 관점에서 당장 자체 시스템을 구현하기보다는 클라우드를 통해 비용효율적 구조를 가져가려는 중소중견 금융사들의 전략이 보다 구체화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GPU 서버가 고가의 장비인 반면 항상 운영되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점에서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 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