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삼성·LG의 ‘Q 전쟁’이 남긴 것

김도현
- 업계 “소비자 혼란 가중·기술명 퇴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 vs 퀀텀닷나노셀발광다이오드(QNED) TV’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제품이다. 공통점은 퀀텀을 의미하는 ‘Q’를 내세운 부분이다. 퀀텀은 빛을 받으면 다른 색을 내는 양자다. 퀀텀닷(QD)은 양자를 나노미터(nm) 단위로 주입한 반도체 결정을 말한다.

양사 TV 이름만 보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보다 한발 앞선 기술로 보인다. 하지만 둘 다 OLED 전 단계로 여겨지는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TV다. LCD는 뒤에서 빛을 비추는 조명인 백라이트유닛(BLU)가 탑재된 패널이다. 자발광인 OLED와 차이가 있다. 정보기술(IT) 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해 소지가 충분한 명칭이다.

이 때문에 양사는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지난 2019년 LG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행위’로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진정한 QD디스플레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유튜브를 통해 QLED TV는 BLU가 필요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맞제소했다.

지난해 6월 양사가 연이어 신고를 취하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최근 LG전자가 QNED TV를 공개하면서 작명 싸움이 재차 발발했다. LG전자는 LCD TV에 QD와 나노셀 기술을 합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QLED TV와 마찬가지로 QD필터를 LCD 패널에 덧댄 수준이다.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개발 중인 퀀텀닷나노로드발광다이오드(QNED)와 약칭이 같다는 점이다. 이 제품은 나노로드라고 불리는 미세한 청색 LED를 발광소자로 삼는다. 시험 생산에 돌입한 QD-OLED(청색 OLED가 발광소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업계에서는 QNED 브랜드를 선점한 것은 LG전자의 ‘복수’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가 QLED TV를 OLED TV보다 더 앞선 기술인 것처럼 마케팅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대기업 간 홍보 과열경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QD디스플레이가 제대로 구현되기 전에 기술명이 퇴색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향후 진정한 QLED, QNED가 등장했을 시 소비자에 용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미니LED, 마이크로LED 등까지 추가되면 더욱 헷갈려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마케팅 대결은 결과적으로 디스플레이 및 TV 시장을 ‘혼돈의 카오스’로 만들게 됐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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