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훈풍에 IPO 추진하는 보안업계··· 과연 투자 매력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한정하면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은 전례없는 호황기다.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점을 갱신하는 있다. 증시 훈풍에 힘입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들도 다수다.
6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보안기업 다수가 IPO를 추진하고 있다. 준비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전부터 준비를 해왔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결단을 앞당기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SK텔레콤의 보안 자회사인 ADT캡스와 SK인포섹이다. 기업 합병을 추진 중인 양사는 올해 상반기 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신규 법인으로 IPO를 할 계획이다.
SK인포섹은 국내 정보보안 기업 중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 2228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액까지 합쳐진다면 매출액 3000억원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DT캡스와 합병할 경우 매출 1조원 이상의 공룡 보안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ADT캡스와 SK인포섹의 합병사가 IPO를 하면 주식시장에서의 정보보안 대표 기업이 바뀌게 된다. 기존에는 안랩이 정보보안 분야의 대표를 맡고 있었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인 3개 보안기업 중 유일한 상장사다. 국내 보안업계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인포섹이니 만큼 IPO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처럼 전망이 밝은 것은 ‘보안기업’이라서가 아니라 SK그룹의 후광을 받는 SK인포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야를 보안업계 전반으로 돌린다면 다소 의문부호가 남는다.
투자자들에게 보안기업은 ‘투자 매력이 없는 업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상장 보안기업들 대다수가 저조한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보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지만 이 혜택을 누리는 기업은 소수다. 전자서명법·전자문서법 등의 혜택에도 큰 상승을 보이지 못했다.
최근 지란지교소프트는 지주사인 지란지교와 합병 후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세우며 월매출 1000억원 실현이라는 장밋빛 목표도 공개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상장한 지란지교그룹 계열의 상장사들은 현재 주식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2018년 상장한 또 다른 지란지교그룹 계열사인 에스에스알도 지난 5일 종가 기준 6520원으로 공모가 90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지란지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5일 기준 다수 보안기업이 공모가에 못미치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아톤은 4만3000원에서 2만6850원, 휴네시온은 1만원에서 5590원 지니언스는 공모가 6750원(공모가 1만3500원이었으나 100% 무상증자로 인한 주식 가치 희석)에서 6600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지난 2001년 공모가 3300원으로 시작한 라온시큐어의 주가는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3495원이다.
데이터3법·전자서명법 등 호재로 상승하는 기업들이 몇몇 있으나 상장 이후 횡보를 이어온 것과 현재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큰 상승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보안기업인 안랩을 비롯해 큰 상승을 보인 기업들도 보안이라는 본업과는 무관하게 정치인의 ‘테마주’로 묶여 상승하는 ‘웃픈’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장 이후 주가 하락 및 횡보하면서 결국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주가를 기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라는 상장사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국내 상장 보안기업들의 주가가 저조한 것은 몇가지 고질적인 약점들이 시장에 고스란히 투영됐기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상장한 이후에도 1인 오너 중심의 폐쇄적인 경영구조가 여전하고, 이는 머니게임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구태로 시장에 비쳐지고 있다.
또한 국내 보안시장이 가지는 ‘레드 오션’, 즉 시장성의 한계로 인해 투자자들이 향후 전망에 큰 기대를 갖지 못하고 단타용 주가로 인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국 보안업계 내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과 시장을 리드하는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시장의 선순환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행보가 지난 몇년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이 상당수인 걸로 안다”며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보이는 몇몇 기업이야 상장 이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출 대부분을 공공기관에 의존하는 기업은 비약적인 성장이 어렵다. 상장하며 말하는 장밋빛 전망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상장을 하면 주주들의 이익 실현을 위해 회사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이런 부담이 싫어서 상장하지 않는 경영인들도 많다”며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잘 되려면 확실한 비전을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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