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시가총액 4위 가상자산 리플(XRP)의 가격이 지난 일주일 간 약 50% 폭락한 가운데, XRP의 전망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으로 인해 추가 하락 위험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XRP는 미등록 증권, 리플사는 투자자 보호 안 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2일 XRP를 ‘미등록 증권’으로 보고 발행사인 리플사(社)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증권을 유통하려면 연방증권법을 준수해야 하지만, 리플사는 증권법 상 조치 없이 XRP를 판매했다는 게 SEC 측 주장이다.

SEC는 미등록 증권 판매로 인해 투자자가 보호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증권법 상 투자자들은 발행사의 재무 정보, 운영 정보 등을 볼 수 있으나 리플사는 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XRP가 증권인 근거로는 ▲리플사 임원진이 XRP를 판매하고 사익을 챙긴 점 ▲리플사 수익의 대부분이 서비스 판매 수익이 아닌 XRP 판매 수익인 점 등을 들었다.

또 리플사가 사업 상 파트너사들에게 XRP를 지급하면서, 파트너사들이 XRP를 시장에 매도하는 것을 방치해 투자자 피해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파트너사 머니그램이 리플사로부터 받은 대규모 XRP를 시장에 전량 매도한 게 한 사례다.

이 같은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한 XRP 투자자가 “XRP는 증권에 해당하고 미등록 증권을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은 잘못”이라며 리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증권 해당 여부를 결정하는 SEC까지 XRP를 증권으로 간주하면서 XRP의 지위는 더욱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XRP=증권’이면 미국 거래소서 거래 못해…향방 주목

만약 XRP가 증권으로 규정된다면 미국 내 일반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XRP를 거래할 수 없다. 대부분 거래소에 증권 거래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거래소들은 XRP 상장 폐지를 검토 중이다.

미국 내 대형 거래소 중 하나인 비트스탬프는 “SEC가 XRP를 증권으로 분류함에 따라 2021년 1월 8일부터 미국 고객의 XRP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도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거래소뿐 아니라 미국 고객을 보유한 거래소는 모두 XRP를 상장 폐지해야 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가상자산 인플루언서 ‘크레디블 크립토(Credible Crypto)’는 트위터를 통해 “XRP 거래량의 90%는 미국 밖에서 발생하고, 거래자의 90%는 미국인이 아니”라며 “SEC 소송이 XRP의 종말을 뜻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플루언서 ‘네코지(NekoZ)’는 “(미국 거래소뿐 아니라) 미국 고객이 있는 거래소는 모두 XRP를 상장 폐지해야 할 것”이라며 “XRP의 가치가 ‘0’이 되지는 않겠지만 SEC 소송은 여전히 큰 이슈”라고 반박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