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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장난감 2억원어치 사도 아내에게 혼나지 않는 방법

최민지
-‘키덜트 월드’ 이상훈TV, 개그맨 이상훈과 취미여행
-약 20년간 모은 피규어‧레고, 혼자 보기 아까워 시작한 유튜브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 이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좋아하는 기혼 남성 이용자에게 잘 알려진 카피라이트다.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취미생활을 위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단 지르고 난 후 용서를 구하는 편이 빠르다는 뜻이다.

용서를 넘어 응원까지 받는 방법도 있다. “허락보다 유튜브가 빠르다.” 이상훈TV를 운영하는 개그맨 이상훈씨는 아내에게 혼나지 않고, 결혼 이후에도 당당하게 피규어‧레고 등 장난감을 사서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선택했다.

이상훈씨 본업은 개그맨이지만, 사실 20여년간 레고와 피규어들을 수집해 온 덕후다. 총 구매한 장난감 규모만 약 2억원에 달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혼자만 보기 아깝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이상훈씨는 덕밍아웃 후 유튜브를 통해 그동안 모은 친구들(피규어‧레고 등)을 공개했다.

키덜트를 좋아하는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재미도 있지만, 더 좋은 점은 콘텐츠를 방패로 삼아 눈치 보지 않고 계속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덕에 장난감 수가 더 많아져, 현재는 집이 아닌 외부 공간에 피규어 등을 모아놓은 아지트를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이상훈씨는 연내 이상훈TV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박물관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도 잡았다.

현재 이상훈TV는 33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핫토이 마크44 아이언맨 헐크버스터를 소개하는 영상은 조회수 137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영화 어벤져스에서 헐크랑 쌍루 때 등장한 아이언맨 추가 슈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음은 이상훈TV와의 서면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주로 피규어나 레고를 리뷰하는 어른이들의 취미 채널 이상훈 TV의 개그맨 이상훈입니다.

Q. 개그를 본업으로 하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게 됐나요?

개그맨이라는 직업과는 별개로 20살 때부터 레고나 피규어들을 모아왔는데, 혼자만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결혼을 하면서 장난감 사기가 눈치가 보여서 와이프에게 방송하겠다는 핑곗거리로 시작한 게 팩트(fact)입니다.

Q. 유튜브 콘텐츠 주제를 본업인 ‘개그’가 아닌 피규어‧레고 등 ‘취미생활’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그 당시 개그콘서트 같은 무대가 있었고, 직업을 굳이 유튜브까지 가져오고 싶진 않았습니다. 방송에서는 개그를! 유튜브에서는 취미를! 그냥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걸 하고 싶었습니다.

Q. 언제부터 레고, 액션피규어 등 유튜브에 담긴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됐나요?

20살 때 첫 아르바이트 후 받은 월급으로 레고를 시작한 게 첫 수집의 시작이었습니다. 자취방이나 고시원에 살 때도 방 한쪽에 레고나 피규어를 전시했던 열정이 있었네요. 벌써 20년 가까이 수집하면서 지금 2억원이 넘는 비용을 소비했습니다. 와이프가 이 인터뷰를 보고 있다면, 솔직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Q. 가장 좋아하는 모델은 어떤 제품입니까?

어떻게 보면 흔할 수도 있는 제품들 위주로 수집하고 있어 특별히 자랑할 건 없어요. 다만, 초등학교 때 아버지께서 사주신 변신 로봇들을 아직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Q. 레고, 액션피규어 등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해당 취미생활 장단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무슨 종목이든 수집이라는 취미는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본인과의 약속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한 달에 얼마 이상은 사지 않겠다든지, 몇 개 이상 구매하지 않겠다든지 말이죠.

장점을 말하자면, 사고 싶은 게 생기면 돈이 필요하고 그럼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동기유발이 되겠죠. 더 진취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단점은 역시 금전, 공간의 압박입니다.

Q. 유튜브를 하면서 취미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콘텐츠를 핑계 삼아 사고 싶은 친구들을 마음껏 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장난감을 수집할 수 있었고, 점점 더 큰 공간이 필요하게 됐죠. 그래서 결국 장난감들과 함께 집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Q. 본업과 비교하면 소득은 어떠한가요?

유튜브 수익은 구독자보다는 조회수에 비례합니다. 키덜트라는 특정층 대상 채널이라, 구독자가 비슷한 대중적인 채널에 비해선 조회수가 적은 편입니다. 잘 될 때는 본업보다 잘 벌 때도 있었습니다.

Q. 비즈니스 제휴는 많이 들어오나요?

피규어 관련 회사들은 대부분 유료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힘듭니다. 채널 성격과 너무 맞지 않는 제휴 문의 역시 정중히 거절하고 있습니다. 아깝습니다. 그래서 최근 취미생활 끝판왕 IT 기기 쪽이나 가전제품 리뷰도 시작했습니다. 대기업은 마케팅 많이들 하시죠. 광고주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콘텐츠 제작 때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피규어나 레고가 보통은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들의 굿즈 개념으로 내어준다 생각하고, 저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 텔링을 즐겨 합니다. 그래서 피규어 제품 위주가 아닌 제 얼굴 위주로 흘러갑니다. 이상훈TV니까요.

Q. 콘텐츠 철학이 있나요?

조회수 노예가 되지 말자. 그냥 나 하고 싶은 거 하자.

Q. 본인이 그리는 크리에이터로서의 미래가 있다면요?

어린 시절 종이접기 김영만 선생님을 기억하는 코딱지들처럼 시간이 많이 흘렀을 때, 제 콘텐츠와 이상훈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상추들(구독자 별명)이 많았으면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이상훈 TV의 컨텐츠를 만날 수 있는 뮤지엄을 오픈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오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미디어시장에 변화하면서, 많은 방송인들이 유튜브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힘든 점도 있겠지만,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나요?

요즘 1인1유튜브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방송이 본업인 사람들은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안 돼서 섭섭할 때도 있고, 생각 이상으로 부지런해야 합니다.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생각 만큼 잘 될 겁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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