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땡큐코리아”라는 글로벌CP, 이제 책임을 보여줄 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유튜브를 보고,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 카드를 긁은 금액만 월 500억원이 넘어갈 정도다. 덕분에 구글은 국내 시장에서 연 5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고 있고, 넷플릭스도 신한류 붐을 일으킨 한국 콘텐츠를 발판 삼아 아시아 지역 가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승승장구할수록 뒤따르는 불편함이 있다. 정작 국내 시장에서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 구글과 넷플릭스는 모두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 조사 대상에 오른 공통점이 있다. 비단 두 회사의 문제랴. 국내에서 이들을 비롯한 해외 IT기업들이 한 해 동안 납부한 부가세는 네이버 1개사의 법인세보다도 적은 형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망 이용대가 문제가 크다. 현재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겠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행정절차마저 무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구글을 비롯해 상당수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사례는 사실 허다하다. 페이스북 또한 망품질과 관련해 이용자 피해를 초래해 방통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망 품질 유지에 관한 책임은 ISP의 것이고, 그래서 자신들은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ISP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트래픽이 발생할 때나 그렇다. 이제 글로벌 CP들이 유발하는 트래픽 증가량은 ISP의 망 증설 속도를 추월할 지경이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에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결국 망 이용대가 없이 네트워크 투자와 유지 비용을 충당하려면 필연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글로벌 CP들이 이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외면하고 있는 망 이용대가를 해외에서는 내고 있다는 정황이 적지 않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CP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면 망 증설을 중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ISP들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CP로서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는 이들의 책임감 있는 자세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실리콘밸리 태생인 구글과 넷플릭스는 자유분방한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실은 자유에 따르는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을 더 강조하고 있다. 최대한의 자율과 권한을 주되 결과에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사업방식은 과연 이를 따르고 있는지 의문이다. 글로벌 플랫폼의 지위는 결국 콘텐츠와 이용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저 수익 창출만 좇을 것이 아니라, 한 생태계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그 지위에 걸맞은 태도일 것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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