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제조기로 집에서 맥주 마신다…언택트 시대 '필수템' 될까
- 주류면허 발급 완화로 수제맥주 제조기기 시장 태동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국내 수제맥주 시장 성장세가 무섭다. 52년만의 주세법 개정은 공급자들의 부담을 줄였고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트렌드는 수요를 늘렸다.
좁은 공간에서도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는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비대면 시대 수제맥주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최근 4~5년간 매년 20~30%씩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오는 2024년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3000억원 규모로 성장해 전체 맥주시장의 6.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제 맥주는 소규모 제조 방식으로 맥주 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주세법 개정으로 기존 원가에 과세하던 종가세 방식이 생산량 기준으로 과세하는 종량세 방식으로 바뀌자 공급자 부담이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수제 캔맥주 소비가 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매장에서 금방 내린 케그(생맥주) 주문을 할 수 없다는 것.
앞으로는 비대면 시대에 집에서도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흐름이 보편화될 수 있다. 미국에선 2015년부터 집에서 직접 맥주를 양조해 먹는 사람들을 위한 기기가 판매됐다. 홈브루잉 머신 ‘피코브루’는 소비자가 직접 양조박스에 맥아 보리와 홉을 넣고 제조 방식을 선택해 맥주를 생산한다.
홈브루잉 머신은 제조를 시작하고 마시기까지 몇 주의 시간이 걸린다. 빠르고 간편한 것에 익숙한 현대 소비 패턴과는 흐름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가정용 수제맥주기기가 인기를 끈 건 맥주에 대한 관심과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소화 된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어 먹으면서도 캔맥주와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국내에선 최근 주세법 개정과 규재 샌드박스 도입 등으로 주류 자격면허를 발급받게 된 기업들이 편리함과 효율성을 갖춘 수제맥주기기들을 서서히 출시하고 있다.
LG전자가 출시한 ‘홈브루’는 캡슐만 넣으면 완성된 맥주가 나오는 전자동 수제맥주제조기다. 홈브루에 캡슐형 맥주 원료 패키지와 물을 넣고 간단히 다이얼 조작만 하면 발효부터 숙성, 보관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
2∼3주 기간을 거치면 5리터 맥주가 만들어진다. 맥주 5종이라는 제한된 선택지는 있지만 100만원대 보급형 제품 출시와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생활 증가로 지난 7월 홈브루 판매량은 전달 6월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주류제조면허가 없던 LG전자는 시음행사를 진행할 수 없어 제품을 출시하고도 입소문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작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임시로 관련 면허를 획득했다. 또 국세청이 규제혁신 차원으로 시음장소를 LG베스트샵 본사 외 직영점에서도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스타트업 인더케그는 공간 활용을 무기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기존 방식으로 맥주를 제조하려면 소규모 브루어리(양조장)는 수천 리터 규모 탱크가 필요하고, 이를 설치할 넓은 부지도 갖춰야했다.
반면 냉장고 크기 인더케그 기기엔 18리터 케그 10개가 들어간다. 맥즙을 기기에 넣으면 원터치 방식으로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맥주가 만들어진다. 센서를 통해 본사에선 원격으로 기기를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쌓는다.
인더케그가 공급하는 케그에는 '알코올분'이 없는 맥즙이 들어 있다. 규제 당국은 초기 ‘알코올분 1도 이상의 음료’만 술로 정의한다는 이유로 인더케그에게 주류발급면허를 허용하지 않았고, 인더케그는 어려움을 겪었다. 주세법 개정으로 30년 만에 술에 대한 정의가 바뀌면서 맥주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까지 주류에 포함됐다. 그제서야 이 회사는 주세를 납부하며 국내 본격 진출하게 됐다.
인더케그는 내년 가정용 기기 출시를 위해 준비 중이다. 크기는 시중에 나온 제품보다 크지만 5리터 케그 4개가 담긴 기기에서 다양한 맥주 및 음료제조를, 보다 짧은 기간에 완성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기술적으론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다. 대중화를 위해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설정하는게 목표다.
가정용 수제맥주 기기 보급으로 사람들이 ‘나만의 맥주’를 만들어 즐기거나 소규모 창업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단, 집에서 수제맥주를 만들어 먹는 데에는 아무 조건이 없지만 이를 판매하기 위해선 주류제조면허를 발급 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수제 맥주 시장은 정체기에 돌입한 반면 국내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며 “맥주박람회가 열리면 외국 기업들도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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