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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통위원장 “토종OTT, 뭉쳐야 산다…콘텐츠펀드·제작협력 가능”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20조원을 투자하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OTT는 결국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살기 위해서라도 국내 OTT 간 협력이 필요하다. 같이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은 3일 경기도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간 사활을 건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필요하다면 콘텐츠펀드 조성 및 콘텐츠 공동제작 등 전방위적인 협업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날 한 위원장은 지난해 9월 4기 방통위 위원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올해 5기 위원장으로 새출발을 알리면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OTT는 무엇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넷플릭스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20조원 투자를 얘기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OTT는 결국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살기 위해서라도 협력을 해서 같이 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OTT 시장은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공룡들의 공세로 수세에 내몰리고 있다.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이 손잡은 ‘웨이브’와 KT의 ‘시즌’, JTBC와 연합을 예고한 CJ ENM의 ‘티빙’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자본력과 시장규모에서 압도적인 글로벌 OTT와의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OTT 간 콘텐츠 협력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의 경우 ‘합병’이라는 파격적인 카드까지 내놓은 참이다.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 겸 콘텐츠웨이브 이사는 얼마 전 티빙에 합병 러브콜을 보내면서 “구글 유튜브‧넷플릭스에 맞서 한국 OTT가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단일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위원장은 “(국내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텐츠 펀드를 만드는 일이 됐든, 콘텐츠 제작 협력을 하든, 시스템을 구축하든 형태는 다양하겠지만 다 가능성 있는 부분”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정부도 국내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고 방통위도 앞장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 위원장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과 관련해 미디어 재원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공적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신료와 방송광고 및 방발기금을 포함한 미디어의 재원구조 전반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쉬운 문제가 하나도 없다. 방발기금을 형평성 있게 징수한다고 하면 당장 안 내던 사업자들의 반발도 당연히 있을 것이고 또 해외 사업자와의 형평성도 들여다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지상파 방송사가 공적 책임이 있는 만큼 큰틀에서 재원 구조를 개선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이 야기하는 일부 이용자 불편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일방적인 접속경로 우회에 따른 이용자 피해에 대해 제재 처분을 내렸으나 이에 불복한 페이스북의 소송으로 현재 2심 재판을 치르고 있다. 지난 1심에서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한 위원장은 “1심 판결은 재판부에서 너무 형식적인 판단 내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어쨌든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이 지연된다면 이는 이용자 권리를 제한한 것으로 봐야 한다. (2심에서는) 긍정적인 판단이 나왔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해외 플랫폼으로 불법·유해 콘텐츠가 유통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얘기겠지만 콘텐츠의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불법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어떻게 보면 모순되는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떻게 조화롭게 균형점을 찾아가느냐가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5기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과 관련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이번 방통위원 가운데 통신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 통신기술 자체보다는 정책을 이끌어나가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전체적인 방향성, 특히 통신 정책에 있어서는 이용자 중심의 관점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꼼꼼이 살피면 된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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