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LG디스플레이가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애플의 일부 물량을 수주한 가운데, 터치일체형 기술까지 확보한 덕분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대항마로 꼽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터치일체형 OLED ‘TOE’를 납품했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단독으로 공급해온 제품이다.
터치일체형 OLED는 터치스크린 패널(TSP)가 내장된 디스플레이다. TSP는 화면을 터치한 위치의 좌표값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다.
TSP가 안으로 들어오면 더 얇은 패널을 만들 수 있다. 패널이 얇아지면 스마트폰 등의 공간 활용이 용이해진다. TSP를 외부에 부착하는 등의 공정 단계도 생략, 원가를 낮추는 데 유리하다. OLED 구조 층을 단순화해 접는(Foldabel,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적합하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구현하지만, 각기 다른 명칭을 사용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Y-OCTA)’, BOE는 ‘FMLOC’ 등이다. 선두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유기물층의 공기와 수분 침투를 막는 박막봉지(TFE)에 터치센서 전극을 증착해 와이옥타를 구현했다. 해당 기술은 지난 2016년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 처음 적용됐고, 이후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고 있다.
애플도 오는 9월 출시예정인 아이폰12부터 터치일체형 OLED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시리즈 중 일부 모델만 해당 패널을 사용한다. 내년부터는 전 모델에 터치일체형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 80~90%를 차지했다면, 이 가운데 터치일체형은 100%였다. 가격은 약 1.5배 차이다.
LG디스플레이의 진입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독과점이 깨지게 된 셈이다. 지난 23일 LG디스플레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TOE 기술 준비 및 설비 구축은 이미 완료했다”며 “일부 고객에 이미 TOE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2맥스 일부 물량을 담당한다. 20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4000만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멀티 벤더 구축을 원하는 애플과 중소형 시장 공략에 나선 LG디스플레이의 이해관계가 맞았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공급망에 안착한 데 이어, TOE 제품까지 갖추면서 모바일 사업의 몸집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선전은 스마트폰 업계에 큰 의미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단독 무대에 경쟁사가 진출한 셈”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 이외 업체의 기술력 향상으로 삼성전자, 애플 등이 원가절감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LG디스플레이, BOE 등과 밀접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BOE가 화웨이에 터치일체형 OLED를 공급했다고 알려지면서, 이를 적용한 업체는 삼성전자·애플·화웨이 등 3곳으로 늘어났다. LG전자는 아직 TSP가 바깥에 위치한 패널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