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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딜라이브 채널분쟁 ‘점입가경’, 블랙아웃 현실화되나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프로그램사용료 인상으로 촉발된 CJ ENM과 딜라이브의 채널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최악의 블랙아웃(채널송출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도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의 감정의 골은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이번 불씨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채널사용사업자(PP)간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가 커진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딜라이브에 이달 17일 tvN과 OCN, 엠넷, 투니버스 등 총 13개 채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CJ ENM의 송출 대행사인 CJ파워캐스트는 이날 13개 채널의 디지털 수신기를 회수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약 200만명의 딜라이브 가입자가 CJ ENM 채널을 케이블TV에서 볼 수 없게 된다.

발단은 CJ ENM의 프로그램사용료 인상요구다. 프로그램사용료는 플랫폼 사업자인 SO가 채널을 제공하는 PP에 지불하는 수신료로, CJ ENM은 딜라이브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가 지난 5년간 동결이었던 점을 들어 20% 인상안을 제시했다. 딜라이브는 그러나 케이블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한 과도한 인상률이라 보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 정부 중재 나섰지만…감정의 골 깊어지는 양측

상황이 악화되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도 서둘러 중재에 착수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주 중으로 CJ ENM과 딜라이브를 협상 테이블에 앉혀 합의점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채널송출 중단은 결국 소비자 시청권 침해로 이어지는 만큼 어떻게든 막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정부 중재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업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실제 CJ ENM은 중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딜라이브에 채널송출 중단 사실을 가입자에게 미리 고지하라며 추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 측은 “채널중단 고지를 강요한 CJ ENM이 시청자 보호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된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중재를 모색하던 과기정통부도 입장이 애매해진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채널분쟁과 관련해 정부의 법적 구속력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커진다. 사후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분쟁조정절차도 사업자의 신청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 직권조정안은 지난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상태다.

양 사업자의 갈등은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현 사태가) 개별SO까지 확대될까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일방적 요구가 개별SO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정된 수신료 수익 안에서 결과적으로 중소 PP의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 ‘한 회사 두 수수료’ CJ오쇼핑 수수료 상계도 관건

향후 CJ ENM과 딜라이브가 이번 채널분쟁에서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할 경우 블랙아웃은 물론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CJ ENM과 합병한 CJ오쇼핑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가 의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딜라이브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작년 7월부터 딜라이브에 내는 송출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하해 지급해오고 있다. 이에 딜라이브는 CJ ENM에 대한 프로그램사용료에서 CJ오쇼핑으로부터 받지 못한 미지급금을 상계해 지불함으로써 맞불을 놓은 상태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민사상으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일방적인 의사 통보만으로 상계처리가 가능하지만, ENM과 딜라이브의 경우 양쪽의 채권·채무 관계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며 “양사 합의가 안 되면 재판으로 갈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해석했다. CJ ENM도 프로그램사용료 인상과 CJ오쇼핑의 수수료 인하는 별개라고 선긋고 있다.

두 사업자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만큼 정부가 상황을 낙관만 말고 서둘러 진척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며 “그간 여러 채널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가 쌓아온 연구 사례들을 활용해 중재에 힘을 싣고, 추후엔 법 개정에도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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