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인텔과 AMD가 함께 웃었다. 코로나19 여파는 PC·서버 수요 증가로 극복했다. 메모리 1~2위 업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대면(언택트) 효과’를 누렸지만, 시스템반도체의 기초체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인텔은 2020년 1분기 매출액 198억달러달러(약 24조4728억원) 영업이익 70억달러(약 8조6506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23% 영업이익 69% 증가했다. 시장전망치(186억7000만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성과는 코로나19 여파로 직원 보호, 공급망 파트너 지원 등에 중점을 뒀다”면서도 “재택근무, 수업 등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역설이다.
데이터센터그룹(DCG)은 70억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동기(43억달러)대비 43% 늘었다. 영업이익은 35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18억달러)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언택트 생활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고객사가 서버를 증설했고, 노트북 등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인텔은 지난 2018년부터 CPU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설비투자(CAPEX)를 대폭 늘리고 있다. 올해는 85억달러(약 10조원)를 CPU 라인 확보 및 차세대 공정 관련 장비 구매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달에는 데스크톱용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출시,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AMD도 호실적을 달성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AMD는 2020년 1분기 매출액 17억8600만달러(약 2조1780억원) 영업이익은 1억7700만달러(약 2159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16% 감소,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97% 하락, 전년동기대비 366% 상승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단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다양한 제품군은 탄력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며 “코로나19에도 AMD의 전략과 장기 성장 계획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컴퓨팅 및 그래픽 부문에서 라이젠 중앙처리장치(CPU)와 라데온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해당 부문 1분기 매출액은 14억4400만달러다. 평균판매가격(ASP)은 라이젠 선전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우려 속 선방했지만, 인텔과 AMD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1분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반도체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7조6400억원, 3조99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K-IFRS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조1989억원, 8003억원으로 집계했다. 양사는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3.2%, 41.4% 감소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서버, PC 등의 수요 증가로 반도체 제조사들의 매출이 코로나19 국면에도 견조했다. 다만 시스템반도체는 다시 한번 기초체력이 튼튼함을 증명했다”며 “메모리는 업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향후 국내 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재차 확인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인텔은 677억5400만달러를 달성, 삼성전자(521억9100만달러)를 밀어내고 선두 탈환했다. CPU 등 시스템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