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라인(줄) 세우기 바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김도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코로나19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올해 업황 반등이 예상되면서, 생산라인 구축에 집중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시안·평택 2공장, SK하이닉스 이천 M16 라인,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A5·Q1 라인,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 등이 가동 준비 중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도 고객사 라인 증설에 발맞춰, 수주 물량 양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소부장 유망기업탐방’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이들의 분주함을 근거리에서 느끼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질문이 있다. ‘주로 어떤 곳과 거래하고 있는가’다. 돌아오는 답변은 앞서 언급한 업체들이다. 반도체 협력사라면 삼성전자 혹은 SK하이닉스, 디스플레이 협력사라면 삼성디스플레이 혹은 LG디스플레이다. 글로벌 회사들인 만큼, 핵심 고객사로 분류된다.

소부장 업체 입장에서는 대형 고객사를 다수 확보하고 싶겠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다. 경쟁사 협력사와는 거래하지 않는 ‘암묵적인 룰’ 때문이다. 가령 삼성전자에 장비를 납품하면, SK하이닉스와는 교류하지 않는 구조다. 이를 어길 시 계약을 끊겠다는 의미가 내포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기술 및 전략 유출 우려다. 같은 협력사를 두면, 중요 정보 노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은 소재와 장비 등 연구개발(R&D)을 협력사들과 함께한다.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고객사는 기업에 특화된 소부장을, 협력사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명과 암이 존재한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을(乙)’인 소부장 업체에 발생한다. 안정적인 매출처를 뒤집어보면, 한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해당 업체의 발주가 없으면 회사의 존립 여부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특정 기업 비중을 낮추고 싶어도 ‘갑(甲)’의 입김으로 경쟁사와 거래는 어렵다. 한 번 눈 밖에 나면 다시 계약 체결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탓이다.

‘줄을 잘 서야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 라인, LG 라인, SK 라인에 들어야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복수 라인에 포함된 기업은 극히 드물다. 국내 업체들의 줄 세우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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