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에어컨을 구입할 때는 에너지효율 측면을 꼭 확인한다. 소비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지표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다. 전력량 대비 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효율은 1등급에서 5등급으로 나뉜다. 숫자가 낮을수록 전기사용량이 적어 전기료도 적게 나온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1등급은 5등급 대비 약 30~40%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에어컨을 구매할 때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등급의 숫자만 따지게 되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제조기간과 월간 소비전력량, 에어컨 조합(스탠드+벽걸이 등) 등을 꼼꼼히 따져 에너지 비용을 계산해야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1등급’ 에어컨을 내세우며 경쟁하던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사라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출시된 에어컨들이 대부분 3~4등급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달 출시한 2020년형 삼성 무풍에어컨과 LG 휘센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탠드형 에어컨 중에선 1‧2등급이 전무하다. ‘삼성 무풍갤러리1(최고사양)’만 3등급이고 나머지 삼성‧LG 에어컨은 4등급이다.
이는 정부가 냉난방기에 대한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생긴 결과다. 등급 간 변별력을 높이고 기업의 지속적인 에너지절감 기술개발 유도를 위해 2018년 10월 기준을 올렸다. 이로 인해 지난해까지 줄곧 1~2등급을 유지하던 주요 제품들이 지난해부터 3~4등급을 받게 됐다.
현재 신제품들이 3~4등급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은 과거 제품들보다 뛰어나다. 올해 제품이 4등급이라 하더라도 2018년 10월 이전 기준 1등급과 비교해도 소비전력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다. 에어컨에 탑재된 인공지능(AI)‧온도 미세조정 등의 기술들이 점점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보고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냉방 소비전력이 스탠드형은 2kW, 벽걸이형은 0.7kW가 넘지 않으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에어컨 인버터 기술이나 에어컨을 두 개 이상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숫자만 가지고서 효율성을 따지기 어려워졌다. 최근엔 월간 소비 전력량이나 연간 전기요금을 비교하는 추세가 더 많아졌다. 소비전력량과 효율 관련 정보는 제품에 붙은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 하단에 표기돼있다.
기업들도 기준에 맞춰 다시 1등급 스탠드에어컨을 출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1등급을 앞세워 에너지효율을 광고했는데 그런 점에선 기준 강화 이후 강조할 수 있는 포인트가 약해졌다”며 “아무리 3~4등급이 기존 제품들의 1등급에 준한다 해도 에어컨 효율 등급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개발등을 지속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1등급을 충족하기 위해 모두 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 같은 시점에 또 1등급 충족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 그게 차별화가 되진 못하고 오히려 기본요건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