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위기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채택이 늘어났지만, 점유율은 뒷걸음질 쳤다. 품질 및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화웨이마저도 외면하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호재다.
4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BOE의 2019년 4분기 스마트폰용 OLED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은 2.1%로 예상된다. 2분기(11.5%) 첫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했지만, 3분기(4.0%)부터 급감했다. 정점에서 반의반 토막이 났다.
국내 업체들은 반등했다. 중소형 OLED 1위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82.0%) 역대 최저치를 찍고, 3분기(90.5%)와 4분기(85.3%)에 회복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상승세다. 1분기(3.0%)부터 3분기(2.1%)까지 이어진 역성장을 딛고, 4분기 8.9%를 기록했다. BOE의 점유율을 그대로 흡수했다.
BOE의 부진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BOE는 13분기 만에 적자를 냈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1위를 탈환했지만, 제품 단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 보조금 기반 LCD 물량 공세가 제 발목을 잡았다. OLED 전환에 속도를 높인 이유다.
BOE는 LCD 생산라인을 축소, OLED 공장을 늘릴 계획이다. 청두 공장과 몐양 공장에서 모바일용 OLED 라인이 가동 중이다. 465억위안(약 7조7878억원)을 투입, 충칭에 6세대 OLED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능력(CAPA) 확대가 납품 증가로 연결되지 못한 점이다.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P40’ 시리즈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할 예정이다. BOE는 초도물량 공급에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OLED 품질, 수율 등을 개선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화웨이와 BOE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같은 중국 업체인 덕분이다. 하지만 BOE는 높아진 화웨이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접는(Foldable,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도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할 것으로 보인다. BOE 패널을 사용한 폴더블폰 ‘메이트X’는 품질 이슈가 발생했다. BOE는 애플 OLED 공급사 지위를 획득했지만, 아직 납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테스트 단계에서 고전하는 상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애플은 삼성의 고객사이면서 경쟁자다.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고, 타사 패널을 공급받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우선순위는 품질이다. BOE가 OLED 기술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OLED 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급증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OLED 스마트폰 판매량은 2020년 말 6억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전년대비 46% 늘어난 수준이다. OLED는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채택됐지만, 중급 스마트폰에도 적용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