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녹록치않았던 2019년이 이제 서서히 저물어간다. 지난 몇년간 역동적으로 성장해왔던 IT산업도 경기침체를 비롯한 내외부 악재들이 돌출되면서 적지않게 고전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당초 2.7~2.9%로 예상됐던 경제성장율이 하반기에는 2%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될 정도로, 체감경기의 후퇴를 경험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발한 미-중 무역전쟁이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반도체, 정보통신 등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이 직격탄을 맞았다. 주력 수출품목의 고전은 고스란히 무역수지 지표에 반영됐고 시장을 더욱 짓눌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4.4% 감소한 441억 달러, 수입은 13.0% 감소한 407억 달러를 기록했다. 94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하긴했지만 달갑지않은 '불황형 흑자'다.
설상가상으로 8월에는 일본 정부의 기습적인 수출규제 조치 우리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분야의 소재 및 부품 조달이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고조됐다.
이런 와중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정쟁도 격화되면서 국회가 파행을 거듭했고, ‘데이터 3법’과 같은 IT업계가 기대해왔던 경제활성화 법안들마저 20대 정기국회내에 처리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초래됐다.
또한 ‘카풀’서비스, ‘타다’ 등 다양한 형태의 공유경제 모델들은 기존 시장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시작부터 고사위기로 내몰렸다. 정치력의 부재가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숙제로 남았다.
그러나 이러한 외우내환(內憂外患)속에서도 우리 IT산업에선 혁신 동력이 묵묵히 가동됐고, 시장을 놀라게한 혁신 제품들도 적지않게 쏟아졌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통신서비스인 5G를 상용화했으며, ‘폴더블폰’을 출시해 수년째 침체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또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관련업계는 일본의 수출규제 충격에서 벗어나 핵심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를 서둘렀고, 대체 수입로 개척에도 성공하면서 3개월여만에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광복 74주년 경축식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합을 강조했다.
기업용 SW시장에선 클라우드(Cloud)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었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금융부문의 클라우드 규제가 크게 완화되면서 클라우드와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 전략이 선보였다. 여러 산업군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다양한 IT 혁신 전략을 제시했으며, 이같은 흐름은 내년에도 견고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데일리>는 ‘2019년 IT시장을 이끈 혁신제품’을 주제로 특별기획을 마련해 통신서비스 및 뉴미디어, 반도체, 디바이스, 기업용 SW, IT서비스 등 각 분야별로 IT시장 분석과 함께 올해 주목받았던 IT혁신 제품들을 분석해 볼 계획이다. <편집자>
◆올해 ‘5G’ 세계 최초 상용화, ‘통신 강국’ 위상
올해 4월3일, 우리 나라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5G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연내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5G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5G와 관련한 통신장비업계도 크게 화색이 돌았다.
통신3사는 5G시장을 선점하기위해 서비스와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소비자 접근이 용이한 미디어, 게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이다. 또한 초고속, 초저지연 등의 특징을 갖춘 5G를 활용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 실감형 콘텐츠의 진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5G를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등 기업(B2B) 상품에 이르기까지 산업 간 경계를 허문 융합서비스로 그 가치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5G는 내년에도 우리 IT산업을 견인할 핵심 키워드로 손꼽힌다 .
한편 올해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이 등장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구독형 OTT 시장을 열었고, 유튜브는 광고형 VOD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같은 외산 OTT 공습에 대응해 국산 OTT의 반격도 거세다. SK브로드밴드와 지상파 3사가 손잡은 통합 OTT ‘웨이브’가 포문을 열었고, CJ ENM과 JTBC 역시 내년 신규 OTT 출시를 예고했다. KT는 새 OTT ‘시즌’을 선보임으로써 콘텐츠와 플랫폼을 둘러싼 혁신서비스 경쟁은 내년에 더욱 불꽃이 튈 전망이다.
올해 게임분야에선 중국산 게임들의 강세로 한국 게임들이 크게 고전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리니지2M’, 넥슨 ‘V4’, 넷마블 ‘일곱개의대죄’, 카카오게임즈 ‘달빛조각사’ 등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크게 선전함으로써 자존심을 지켰다. 리니지2M 사전예약에 738만명이라는 사상 최대 이용자들이 몰렸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플랫폼기업들은 올해 분명한 레벨업(성장)을 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포털업체 이미지를 벗어나 첨단기술 기업으로,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광고를 넣은 ‘카카오톡 비즈보드(톡보드)’를 통해 그동안 수익성에 의문을 표시했던 시장의 의혹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폴더블’ 혁신 주도, ‘메모리 반도체’ 굳건한 위상 재확인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접는’(foldable,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돌돌 마는(Rollable, 롤러블) 디스플레이 시대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각각 세계 최초 폴더블폰과 세계 최초 롤러블TV 출시로 이어져 혁신기술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선순환을 창출했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와 LG전자 ‘LG시그니처 올레드TV R’는 각각 스마트폰과 TV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했다. 갤럭시폴드는 들고 다니는 화면의 크기 제약을 없앴다. LG시그니처 올레드TV R은 TV의 위치 제약을 해소했다. 두 제품은 각종 정보통신기술(ICT)과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비록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외풍은 있었지만 올해도 메모리반도체 강국의 위상은 굳건했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양강체제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128단 1테라비트(Tb) TLC(Triple Level Cell) 4차원(4D) 낸드’ 양산에 나섰다.
한편 5G의 상용화로 올해 5G 스마트폰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5G 스마트폰 대부분이 퀄컴 ‘스냅드래곤 855 플랫폼’을 적용했다. 이와함께 초음파 지문인식 솔루션 ‘3차원(3D) 소닉 맥스’로 퀄컴은 디자인과 보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1억화소의 벽을 깼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세계 최초 1억800만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선보였다. 테트라셀과 아이소셀 플러스 등 삼성전자의 기술을 집약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강세…‘HCI’, SaaS 성장 본격화
올해 국내 SW시장은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 트렌드가 클라우드 시장의 대세로 떠올랬다. 특히 실제로 이를 구현하는 주요 솔루션으로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HCI)’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HCI가 각광받는 이유는 ‘SW 정의 데이터센터(SDDC)’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가장 손쉽게 현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여러 이유로 여전히 모든 워크로드를 옮기기엔 한계가 있다.
HCI를 통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 및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의 연계가 가장 쉽고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모델이다. 특히 5G 상용화와 함께 떠오르는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자동차 등을 뒷받침하는 엣지 컴퓨팅과 같은 차세대 인프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클라우드의 꽃’이라 불리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도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른 한 해로 평가된다. ERP와 SCM, CRM 등 주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인사관리(HR)나 경비지출, 경험관리 등과 같은 SaaS 솔루션이 국내에서 각광을 받았다.
올해 IT서비스업계를 뜨겁게 달군 기술적 화두는 인공지능(AI)와 클라우드, 블록체인으로 정리된다. 기술 내재화와 함께 실제 구현사례가 확산됐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 주요 시스템의 90%를 클라우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올해 LG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등이 전사 차원의 클라우드 전환 계획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또한 인공지능의 어플리케이션 적용에도 속도가 붙었다. IT서비스업체들이 인공지능을 제품화했거나 제품화를 기획하고 있는 대상에 ‘자동화’ 요소를 부여해 보다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해지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블록체인도 IT서비스업체들이 주목한 기술이다. 파일럿 사업에서 벗어나 실제 상용 서비스로 이어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보안분야에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복합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머신러닝 기반의 분석 및 대응 효율화 등 기존 보안 솔루션의 고도화·지능화가 화두였다. 특히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네트워크 보안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모든 종류의 워크로드를 검사해 네트워크단에서 악성코드를 탐지·차단하는 고도화된 방화벽, 차세대 침입방지시스템(NGIPS) 등이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