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연장은 일본 수출규제 철회가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세계무역기구(WTO) 제2차 양자협상에서 경제보복이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일본이 지소미아 연장과 수출규제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수출규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지소미아 종료는 오는 23일 0시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본과 WTO 분쟁 두 번째 양자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 일본을 WTO 상품무역협정(GATT 1조·11조·10조 등), 서비스협정(GATS 6조 등), 무역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 3조·4조·28조 등), 무역관련 투자조치협정(TRIMS 2조 등) 등 위배 혐의로 WTO에 제소했다. 일본이 지난 7월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제품 3개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자협의는 WTO 분쟁심사 절차다. 1차 협의는 지난 10월 있었다.
2차 협의에서 양국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는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무역제한조치로 WTO협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수출통제제도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조속히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은 우리나라 수출관리가 부적절했다는 것과 국내 제도 개편이라는 논리를 거듭했다.
평행선이다. 이 일의 발단은 일본이 촉발했다. 일본은 우리 법원의 일본 기업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한 피해자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빌미로 지난 7월 경제보복을 시작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3개 품목 수출제한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고 여러 차례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지소미아 연장 불가를 협상 카드로 제기했다. 일본이 안보를 문제 삼은 탓이다. 안보 신뢰가 없는 국가와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논리다.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이 원인을 제기했다. 신뢰하지 못한다며 정보를 달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전 요구 없이 수출통제를 강행했다”라며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를 원하지 않으면 수출통제 조치와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국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소미아 종료는 23일 0시다. 지소미아 종료가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가 일본을 제어할 수 있는 지렛대 하나가 사라진다. 일본은 강공 태도를 상당기간 유지할 전망이다. 헌법 개정 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한편 우리나라는 소재·부품·장비 일본 의존도 낮추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실제 피해를 입은 기업은 없다. 또 WTO 절차진행을 서두를 예정이다. 두 차례 양자협의로 WTO가 규정한 양국 협의기간은 모두 소모했다. 패널설치 단계로 진행이 가능하다. 일본이 원한다면 패널설치 전 협의를 더 할 수도 있지만 협의를 위한 협의는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도 “마지막 순간까지 지소미아 종료를 피할 수 있다면 일본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