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구글도 발 뺀 VR 시장, SKT는 성공할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SK텔레콤이 가상현실(VR)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가상공간 아바타로 친목·게임·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는 VR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페이스북, 카카오, 넥슨과도 손잡았다. 내년 국내 이용자 100만명을 달성하고 글로벌 진출까지 노린다.

19일 SK텔레콤은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 VR 서비스인 ‘버추얼 소셜 월드’를 비롯한 차세대 VR 전략을 공개했다. 버추얼 소셜 월드는 SK텔레콤이 지난 5년간 준비한 첫 결과물로, 내년 상반기에 다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고 클라우드 서버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버추얼 소셜 월드는 쉽게 말해 VR에 SNS를 결합한 서비스다. 가상공간에서 가상 인물(아바타)을 직접 꾸밀 수 있고, 다른 이용자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는 콘셉트다. 예를 들어 ‘마이룸’에서는 VR 영화를 보거나 가상 동물을 키울 수 있다. 클럽, 카페, 사무실 등 7개 테마 공간에서는 다른 이용자들과 채팅하거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고 게임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단장 상무는 “버추얼 소셜 월드는 기술적으로 글로벌에서 공급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으로 동작하고 있다”면서 “빠르면 내년 미국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상무는 “통신사업자로서 VR 서비스를 넥스트 커뮤니케이션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VR 시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예상보다 대중화가 훨씬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용기기인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해야 하는 특성상 무겁고 이동이 불편하며 가격도 비싼 탓이다.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한 글로벌 기업 구글조차 VR 프로젝트 철수를 결정했다.

전진수 상무는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VR 황무지 시절부터 기술개발을 해 왔고 지금 보유한 특허만 90여개”라면서 “VR이 넥스트 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서비스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HMD로 SNS를 서비스하면 지금 당장은 불편할 수 있지만, HMD에 이어서 모바일 기기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아직은 기기와 콘텐츠 종류 자체도 부족한 데다 반복해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킬러 콘텐츠’가 없다. 그러다 보니 VR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아직은 ‘VR 게임방’ 등 가볍게 즐기는 오프라인 콘텐츠 정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SK텔레콤은 VR 생태계 확장을 위해 페이스북, 카카오VX, 넥슨, 마뷸러스 등 국내외 기업과 협업해 서비스를 계속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페이스북과는 파트너십을 체결해 자회사 오큘러스의 VR기기 ‘오큘러스 고’를 국내 단독 출시한다. 카카오프렌즈 IP를 활용한 VR게임 ‘프렌즈 VR월드’, 넥슨의 인기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신규 VR 게임도 준비 중이다.

특히 카카오VX와의 협업은 단 2주 만에 아주 빠르게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전 상무는 “SK텔레콤과 카카오 간 전략적 제휴가 없었다면 이처럼 빠른 성사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향후 두 회사의 ICT 역량 시너지로 고객이 더 편리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VR 서비스로는 국내 스타트업 ‘마블러스’의 AI 기반 가상현실 영어학습 서비스 ‘스피킷’이 제공된다. VR기반 데이트, 입국심사, 비즈니스 미팅 등 100편 이상 콘텐츠와 AI 레벨테스트 기능 등 개인 맞춤형 학습도 이뤄진다.

SK텔레콤은 향후 가상공간을 경복궁이나 마추픽추 같은 관광지로 확대하고, 가상 쇼핑 등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추가할 계획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