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도체 연구 분야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무게중심이 북미에서 극동 지역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18일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ISSCC는 전기전자기술협회(IEEE) 반도체 집적회로 및 시스템 집적 분야 중 가장 권위 있는 학회로 꼽힌다.
ISSCC는 매년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고체 회로 및 시스템온칩(SoC) 설계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행사다. 오는 2020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제67회 국제고체회로학회’가 열린다. 주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집적회로’다.
행사에 앞서 반도체 산학 관계자들은 분과별 논문을 제출했다. 내년 학회에는 629편의 논문이 제출됐고, 198편이 채택됐다. 이 가운데 극동 지역은 98편으로 북미(73편)를 5년 만에 넘어섰다. 한국에서는 35편이 선정됐다.
기업 별로는 삼성전자가 13편으로 3년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지난해(7편) 대비 약 2배 늘어난 수주이다. 2위는 대만 미디어텍(11편)이다.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 강인엽 사장 등의 독려로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분과는 12개로 구분된다. 분과로는 메모리, 디지털 아키텍처&시스템(DAS), 머신러닝(ML), 아날로그, 전력 관리(PM) 등이 있다.
이날 ISSCC 한국위원들은 각자 맡은 분과를 소개했다. 이동욱 SK하이닉스 수석은 메모리 파트에 대해 설명했다. 이 수석은 “메모리 분과는 업계와 학계에서 축소되는 추세”라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확장되는 것과 상반된 트렌드”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반도체 업계 Top5 가운데 3곳은 메모리 주력 회사다.
김성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IMMD(Imager·MEMS·Medical·Display) 분과를 담당한다. 김 교수는 “이쪽은 특정 기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애플리케이션(앱) 위주의 시스템 관점에서 보는 분야”라며 “23편 논문 중 극동 지역에서 14편이 나왔다”며 “특히 한국이 강세다. 이미지센서 등에서 많은 논문이 채택됐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한국 위원들은 정부의 연구 지원 방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재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12개 분과지만, 서로 분야를 잘 모를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다”며 “정부 지원금이 특정 시기에 주목받는 분야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섭 포항공대 교수는 “국내 대학에서 제출하는 논문 수가 줄어들고 있다. 미세공정으로 가면서 연구비가 많이 드는데, 학교에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라면서 “반도체 설계 분야 지원이 많이 줄었다.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관련 발표 이후 아직 재정 지원이 나오지 않았다. 풀리더라도 균등하게 가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