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전문업체 자일링스가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위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중심은 적응형 컴퓨팅 가속화 플랫폼(ACAP)이다.
3일(현지시간) 자일링스 빅터 펭 최고경영자(CEO)는 ‘자일링스 개발자포럼(XDF) 2019’가 열린 미국 산호세 페어몬트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ACAP에서 당장 의미 있는 수입은 없다. 이제 시작했을 뿐”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ACAP가 매우 중요한 제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자일링스는 지난해 XDF에서 첫 상용화 ACAP인 ‘버설(Versal)’을 공개했다. 4년 이상의 개발 시간이 걸렸다. 당시 펭 CEO는 플랫폼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버설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과 늘어난 작업량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멀티코어 이기종 컴퓨팅 플랫폼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차 등 데이터가 급증하는 분야에 적합하다. 지난 6월부터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했다.
펭 CEO는 “ACAP에 대한 (고객사들의) 반응이 좋다. 불과 3~4개월 만에 실제 앱에서 데모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TSMC와 추가 양산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버설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의 7나노 공정으로 제작됐다.
ACAP는 사용처가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펭 CEO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비디오, 데이터 분석, 금융 등에서 ACAP가 활용될 수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향후 의료학 분야에서도 응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FPGA 기반의 ACAP는 범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펭 CEO는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걸맞은 개발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엔지코덱, 솔라플레어 등의 인수도 같은 맥락”이라고 피력했다.
자일링스는 지난 7월 비디오 인코딩 기술 업체 엔지코덱, 8월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 솔라플레어를 인수했다. 솔라플레어의 초저 대기시간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카드(NIC) 기술, 엔지코덱의 클라우드 비디오 프로세싱을 활용할 계획이다. ACAP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대학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팽 CEO는 “강좌 개설, 연구 등에서 여러 대학교와 제휴를 맺었다”며 “새로운 플랫폼인 만큼 사람들을 교육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FPGA 시장 동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FPGA 점유율은 자일링스(51.1%)가 1위다. 2위 인텔은 35.8%, 3위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는 6.6%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자일링스를 인텔이 뒤쫓는 구도다.
인텔은 인수합병(M&A)를 통해 FPGA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5년 FPGA 제조업체 알테라를 160억달러(약 19조3600억원)에 품었다. 지난 4월에는 옴니텍을 인수했다. 같은 달 인텔은 결실을 맺었다. 10나노 공정의 FPGA인 ‘애질렉스’를 공개한 것이다.
지난달 2일에는 애질렉스를 초기 액세스 프로그램 고객에게 출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콜로라도엔지니어링, 만타로네트웍스, 마이크로소프트, 실리콤이다. 이들은 애질렉스를 사용해 네트워킹, 5G 및 가속화된 데이터 분석을 위한 고급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인텔의 추격에도 펭 CEO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우리보다 큰 규모의 회사들과 경쟁 중이다. 인텔,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그렇다”며 “분명한 건 FPGA 분야에서는 자일링스가 이들 업체보다 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텔과 여전히 시장 점유율 차이가 크다”면서 “지난 4년 동안 벌어진 사실이다. 우리 역시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연구개발(R&D) 예산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일링스는 이번 XDF에서 통합 소프트웨어(SW) 플랫폼 ‘바이티스(Vitis)’를 공개했다.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 코드를 하드웨어 아키텍처에 맞게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 줄 수 있는 카드다. 이를 통해 ACAP의 저변을 넓히고, 플랫폼 업체로서 위상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