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전자가 소재 탈(脫)일본에 박차를 가한다. 일본산 불화수소(에칭가스) 대체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한 지 채 두 달이지나지 않아 거둔 성과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일부 반도체 생산라인 및 제품에 대체 불화수소를 투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은 공정부터 투입하고 있다”며 “점차 적용 범위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투입된 불화수소는 대만, 중국 등에서 원료를 받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국내 솔브레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과 협력해 대체 불화수소를 양산했다. 두 회사는 국내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식각액을 제공하고 있다. 식각액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두께를 줄이거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화학물질이다. 기체인 불화수소와는 다른 제품이다.
그동안 불화수소는 일본 모리타와 스텔라 등에서 주로 공급했다. 일본 업체의 세계 불화수소 시장점유율은 70% 이상이다. 고순도 제품은 95% 이상에 달한다.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각각 스텔라, 모리타의 불화수소를 들여와 국내 업체에 제공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 변수가 생겼다. 당시 일본은 불화수소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위기감을 느낀 국내 업체들은 일본산 대체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달에 이르러 결실을 보게 됐다.
SK하이닉스도 대체품 투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초부터 2개월 동안 테스트를 진행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공식적인 일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꽤 진척된 것으로 안다. 조만간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국내 업계는 대체품을 넘어 불화수소 국산화에 다가서고 있다. 최근 솔브레인은 고순도 불화수소를 양산했다. 상대적으로 순도가 낮은 제품을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공정에는 활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제품의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생산라인에 투입했다. 솔브레인은 이달 내 D램, 낸드플래시 공정에 들어갈 불화수소 시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SK머티리얼즈, 후성 등도 국산 불화수소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잇달아 불화수소 양산에 나서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일본산은 순도가 99.9999999999%(트웰브나인)다.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