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SK그룹이 불화수소(에칭가스) 국산화에 나선다. 특수가스 개발 전문 계열사 SK머티리얼즈가 자체 생산을 본격화한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대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연내 제품 샘플 생산을 목표로 에칭가스 양산을 위한 투자를 진행한다. 구체적인 규모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 4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의 수출규제를 시작했다. 이들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의 핵심 소재다.
에칭가스의 경우 반도체 제조 시 실리콘 웨이퍼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에서 쓰인다. 에칭가스 수입량의 41.9%가 일본산이다. 99.9999% 이상의 고순도 제품은 일본 의존도가 90%를 넘는다.
SK머티리얼즈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에칭가스 국산화 필요성을 느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샘플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머티리얼즈는 글로벌 생산량 1위 제품인 삼불화질소(NF3) 기술력을 기반으로 에칭가스를 양산할 방침이다. NF3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지난 2001년 NF3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 없이 전부터 에칭가스 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에칭가스 외에도 다른 품목 국산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다음달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리스트는 수출 심사 과정에서 우대 혜택을 주는 국가 목록이다. 현재 일본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27개국은 화이트리스트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대부분의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