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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GU+ 문제우 팀장, “데스밸리에 선 블록체인, 기술 아닌 서비스로 접근”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블록체인은 현재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서 있습니다. 최소 3년은 더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통신사는 ‘플랫폼’이 아닌 ‘서비스’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합니다.”

문제우 LG유플러스 블록체인서비스팀장<사진>은 22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현재 LG유플러스에서 블록체인을 접목한 5G 신규서비스 발굴을 담당하는 그는 블록체인의 시장 잠재력에 대해 오히려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문 팀장은 “통신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블록체인이 없다고 해서 큰 위험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니다”라면서 “블록체인은 이제 기술에서 산업화로 가는 단계이며, 그래서 최소한 3년은 더 검증해봐야 하는 데스밸리에 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통신사들이 속속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과 언뜻 상반된 지적으로 보인다. 가령 SK텔레콤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스톤’을 지난달 공개했으며, KT도 블록체인 플랫폼 ‘KT 기가체인 BaaS(Blockchain as a Service)’를 지난 3월 선보였다. 5G 대전 못지않은 통신사 간 블록체인 경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LG유플러스는 그러나 독자 블록체인 플랫폼이 없다. 대신 같은 계열사 LG CNS의 기업용 블록체인 ‘모나체인’을 활용한다. 문 팀장은 그 이유를 “통신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따로 있다”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을 기술로서 접근하는 것은 미국 IBM이나 국내 삼성SDS, LG CNS 등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

대신 LG유플러스는 ‘고객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문 팀장은 “통신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서비스 중심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같이 손잡고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은 특정 계약이나 거래에서 당사자 간 신용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보장해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정 데이터를 단일 컴퓨터가 아닌 연결된 모든 컴퓨터에 사본을 만들어 보관하는 분산원장기술의 일종이다. 쉽게 말해 데이터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활용 시 신뢰를 높이고 조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주는 것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선보인 휴대폰 보험금 간편청구 앱도 이러한 블록체인 분산원장기술이 접목됐다. LG유플러스 고객은 휴대폰 분실·파손 시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이 앱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하고 빠르면 당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단말기 제조사(LG전자), 보험사(KB손해보험)와 관련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어 가능한 서비스다.

문제우 팀장은 이 서비스를 시작으로 블록체인을 적용한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향후 LG유플러스가 선보일 서비스 방향을 크게 4가지로 제시했다.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트래킹(추적) 시스템 ▲P2P(peer to peer) 거래 ▲페이퍼리스(Paperless) 등이다.

문 팀장은 “스마트 계약은 계약 당사자가 블록체인으로 신용을 보장받아 해당 계약을 자동으로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예컨대 유플러스가 선보인 휴대폰 보험금 간편청구 앱이 여기에 해당한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스마트 계약을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블록체인의 트래킹 기술이 통신사들의 단말기 유통과정에도 접목될 수 있다고 봤다. “유통 단계별로 블록체인이 적용되면 어떤 계약과 거래가 오갔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그래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소지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통신사들은 물론 판매사업자, 보험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력해야 하므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P2P 거래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공략 지점이다. 문 팀장은 “게임 내 거래, 중고거래 등 개인과 개인 사이에 거래가 벌어질 때 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해질 것”이라며 “LG유플러스 고객이 안심하고 P2P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향후 목표”라고 전했다.

복잡한 증명서 제출을 없애주는(페이퍼리스) 서비스 추진도 현재진행형이다. LG유플러스는 통신3사와 삼성전자, 금융권 등이 협력하는 ‘모바일 전자증명 시스템’을 내년 초 정식 서비스할 예정이다. 은행·증권·보험사의 금융증명서류, 병원 발급 기록 등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면 이용자는 모바일 앱 하나로 여러 증명서를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도 있다.

문제우 팀장은 “LG유플러스는 블록체인을 통해 고객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나아가 데스밸리를 넘어 다양한 분야 사업자와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활용 범위를 더 넓혀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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