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 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재로 게임에 쏠린 사회적인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시기인데요. 이와 관련해 게임을 의학적 관점에서 짚어보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한국게임미디어협회가 지난 24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이경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인지과학 협동과정 교수<사진>를 초청해 ‘비디오 게임에 대한 뇌인지 과학적 이해’를 주제로 미디어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도파민 나온다고 게임이 마약?’ 도파민에 대한 오해
이 교수는 “비디오 게임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 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그는 ‘게임을 하면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마약을 할 때도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러므로 게임은 마약이다’라는 주장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을 분명히 짚었습니다.
이 교수는 “엉터리 삼단논법”이라고 힘줘 말했는데요. 도파민은 일상적으로 소통할 때 분비되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하면 뭘 해도 나오는 물질인데요. 오히려 도파민이 나오지 않으면 문제라는 게 이 교수 설명입니다. 도파민이 없으면 파킨슨병 환자처럼 되고 아무 것도 배울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그는 ‘도파민이 얼마나 분비되는가’를 봐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음식을 먹을 때 평소 대비 도파민 수치가 50%가 증가한다는 연구를 예로 들었는데요. 성행위 시엔 100%, 코카인의 경우 350%, 각성제를 먹을 땐 무려 1200%나 도파민 수치가 증가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디오게임을 포함한 미디어 사용 시엔 좋은 음식을 먹을 때와 동등한 수준으로 도파민 수치가 13~50% 증가한다는 것인데요. 게임사용과 약물남용은 전혀 다른 도파민 작동 원리를 보여준다는 연구결과도 내세웠습니다.
◆‘대체경험 통해 뇌 발달 가능’ 게임은 유용하다
이 교수는 게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가상체험, 대리체험이 가능한 점을 유용한 점으로 들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은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하는데요. 게임에선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이 가능합니다. 또 경험을 반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데요.
그는 “대체 경험을 통해서 자기통제능력을 기를 수 있다”며 “게임을 다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한 논문을 소개하면서 “게임을 하면 인지조절 능력이 좋아진다”, “할까 말까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시공간을 지각하는 능력도 좋아진다” 등의 장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네이처에 등재된 ‘액션 비디오게임을 많이 하면 시각기능, 주의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했습니다. 게임을 하면 나이든 사람들도 인지통제 능력이 좋아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교수는 “게임의 과용은 질병의 관점이 아니라 자기통제력 발달의 과제로 봐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또 “게임의 활용을 통한 뇌인지 기능의 발달과 건강증진이 최선일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