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중한기자] 통합방송법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심의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부적절한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경제학·법학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로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데다 국내외 OTT 업체 간 역차별 위험이 크다며 한목소리로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규제 신설보다 기존 방송 관련 업체들의 규제를 해소해야 할 때라고 의견을 모았다.
정보통신정책학회는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9 ICT 정책-지식 토론: OTT와 미디어 규제모델을 논하다’ 행사를 열었다. 이날 참여한 전문가들은 통합방송법 등이 국내 미디어 산업 성장을 막을 것으로 예측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OTT 규제가 신설되면 국내 사업자의 역차별 위험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곽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방어 태세를 하는 건 옳지 않지만, 역차별은 더 큰 문제”라며 “해외사업자에겐 별다른 효력도 없는 규제 신설보다는 국내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남훈 건국대학교 교수는 OTT 규제 신설보다 기존 방송사업자들이 새로운 흐름에 대응하는 데 걸림돌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권 교수는 “방송은 과거 퇴근 후 모두 TV 앞에 모이던 시대와 같은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시대가 변한만큼 규제 환경도 변화해야 한다”며 “꽁꽁 묶인 규제를 풀고 방송, 통신, 네트워크 등 관련 사업자가 사업 전환 등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우 연세대학교 교수는 OTT를 방송으로 보려는 시각이 동영상은 곧 방송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커뮤니케이션법에선 지상파 방송과 위성방송(DBS)만을 ‘방송업(Broadcasting)’으로 규정하고 있다. OTT는 물론 케이블TV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도 방송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며 “국내의 많은 사업자가 방송 규제에 묶여 있다. 시대에 맞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OTT를 방송 외적인 영역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의 정의는 방송법 2조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OTT는 학계에서도 분류 방법에 이견이 갈리는 등 영역을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전문위원은 “OTT 사업을 방송법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위해선 우선 영역을 정해야 하지만, 섣불리 규정하면 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며 “일률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OTT를 경직된 정의로 한정하기보다는 방송의 여집합과 같이 유연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의 규제에 관해선 최소(네거티브) 규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 기획, 편성하는 방송사와 달리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OTT 플랫폼에는 매일 모니터링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어 이들이 모든 콘텐츠를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전문위원은 “방송심의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되지만,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규제 수단은 갖고 있어야 한다”며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등 행정 지도방안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