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얼마 전 중국 광저우를 방문해 오락실 게임으로 잘 알려진 아케이드와 가상현실 기반 놀이기구(VR 어트랙션)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현지 전시 박람회와 생산 공장, 산업 단지를 견학하면서 든 생각은 ‘산업 기반부터 철저히 밀렸구나’하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중국산의 공세에 국내 중소·중견 업체들이 밀렸다곤 해도 대형 업체들이 반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보인다지만 아케이드는 밀린 수준을 훌쩍 넘어서 ‘폭망’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쉽게 말해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면 국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은 그야말로 폭삭 망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규모 게임기 생산 공장을 둘러보던 업체 대표는 “이제 덤비지도 못하겠다”며 장탄식을 내뱉었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은 상품권 환전이 크게 불거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 산업으로 낙인이 찍혀 10년이 넘게 표류해왔다. 이중 삼중 규제로 창의적 시도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눈에 보이는 회전판만 돌아가도 우연성이 개입된다는 이유로 심의 나기가 어렵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아케이드 게임 수입도 쉽지 않다. 국내 심의에 맞추고 각종 인허가를 받으려면 1년 넘게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는 것이다. 행여나 문제가 불거질까 업체들의 손발을 묶어놓은 형국이다.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는 ‘정상 영업을 하는 업체에겐 격려를 하고 불법 영업을 하면 처벌을 강하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중국의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그렇게 성장했다. 정부가 세수를 대폭 줄이는 등의 진흥책과 함께 규제는 풀어주되 불법 영업장엔 강력한 처벌을 하는 등의 당근과 채찍을 조화롭게 다루면서 지난 10여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중국 현지 아케이드 게임의 경품 한도액은 우리 돈 40만원, 국내는 5000원이다. 국내 산업 규제가 얼마나 강력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케이드 게임의 불법 환전이 우려된다면 악용하는 업자들과 환전상을 잡아야지 정부가 지금처럼 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