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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케이블TV 합병 재도전…3년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이 케이블TV 인수합병(M&A)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대상은 CJ헬로에서 티브로드로 바뀌었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석연치 않은 결정으로 M&A 실패라는 고배를 마신 SK텔레콤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SK텔레콤은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태광산업 자회사 티브로드간 합병‧인수 관련 변경허가‧인가 관련 신청서를 접수했다.

201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을 불허한 이후 거의 3년만의 재도전이다.

당시 공정위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의 합병이 유료방송, 이동통신 소매시장 및 도매시장 등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의 유료방송 시장은 IPTV의 성장, 케이블TV의 퇴조라는 상황은 3년전이나 변화가 없다. 이동통신 시장 역시 5G 서비스가 시작된 것 말고는 큰 변화가 없다.

바뀐 것은 SK텔레콤의 M&A 대상이 CJ헬로에서 티브로드로 바뀐 것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SK텔레콤의 도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까?

2016년 공정위는 방송시장을 케이블TV 권역을 기준으로 경쟁제한성을 심사했다. 방송시장이 전국단위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공정위 심사기준이 잘못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당시 정권에 찍힌(?) CJ그룹의 상황, CJ ENM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견제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3년전과 비교해 시장상황이 바뀐 것은 크지 않지만 심사기관의 철학은 크게 바뀌었다. 공정위는 수차례 당시 결정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유료방송 경쟁상황 평가 역시 권역에서 전국단위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당시 심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던 과기정통부(옛 미래창조과학부)는 진흥 측면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이제는 지상파 방송사, 경쟁사들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당시 SK텔레콤의 M&A 추진을 강하게 반대했던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추진 중이다. KT 역시 합산규제 장벽만 제거되면 딜라이브를 인수합병 할 가능성이 높다. 그 누구도 유료방송 시장 재편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변화를 감안하듯, 9일 인가신청서를 접수한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과거 시도는 실패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바뀌어진 환경과 우리들 생각을 잘 설명할 계획이며 정부도 잘 헤아려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합병 대상이 케이블TV 1위 CJ헬로에서 2위인 티브로드로 바뀌었지만 SK텔레콤 내부 평가는 나쁘지 않다. 가입자 수에서는 티브로드가 밀리지만 네트워크 품질 등은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티브로드는 가입자의 평균매출, 홈쇼핑 구매력 등도 업계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과거 CJ헬로 합병을 추진할 때에는 알뜰폰 사업부문의 처리가 고민거리였다. CJ헬로 알뜰폰은 경쟁을 이끌어가는 독행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알뜰폰 업계 1위를 이통사가 거느리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당시 미래부는 알뜰폰 사업부문 재매각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티브로드는 알뜰폰 사업이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합병비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어졌다는 점이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3년전 CJ헬로 인수합병 추진 당시 지분확보에만 약 1조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용 전체를 SK텔레콤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며 인수비용을 최소화했다.

합병법인 가치는 SK브로드밴드 3조5000억원, 티브로드 1조5000억원으로 총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티브로드 합병 거래를 위해 투입한 현금은 약 100억원 가량의 티브로드노원방송 주식 취득밖에 없다.

합병법인 최대주주는 SK텔레콤으로 74.4% 지분을 확보한다. 태광산업은 16.8% 지분으로 2대 주주가 된다.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가 4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해결됐다. 미래에셋대우는 8% 지분을 가져간다.

지분을 나눈다는 점에서 비용자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1조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고 케이블TV 합병으로 인한 신성장동력 마련이라는 근본적 목적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과거보다 현재의 M&A가 더 효율적인 것으로 SK텔레콤은 판단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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