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간섭과 관심, 한 끗 차이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스카이캐슬’ 드라마를 보면, 피라미드가 나온다. 맨 꼭대기, 1등에 올라야 한다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던지는 상징물이다. 차 교수는 강압적인 교육방식에 대해 아이를 위한 필요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국 지나친 간섭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관심과 간섭은 한 끗 차이로, 비단 교육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세계 최초 5G를 줄곧 주창해 왔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5G 단말 출시를 통한 3월 세계 첫 상용화 예고를 수차례 공표했다. 세계 최초와 1등의 자리는 영광스럽지만,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먼저 서기 위해 순위만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

일단, 최초만을 위한 경쟁에서 과기정통부는 머쓱해졌다. 정부의 바람과 달리 3월 세계 첫 상용화는 물 건너갔다. 시장이 준비돼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5G 단말 품질 안정화 작업이 길어지고 있고, LG전자는 퀄컴에 5G 칩셋을 받아야만 단말을 내놓을 수 있다. 퀄컴 5G 칩셋은 올해 상반기 출시될 전망이다.

정부가 반려한 5G 요금제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SK텔레콤이 5G 이용약관 인가를 신청했지만, 대용량 고가구간 위주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시작도 하지 않은 5G인데,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다. 기업은 비싼 5G 단말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 수요에 맞춘 대용량 신규 요금제인 만큼 고가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는 선택권 다양화를 위해 저렴한 요금제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 실제 만족도와 활용 여부다. 대용량 데이터를 소진할 수밖에 없는 5G 특성상, 기존 LTE 3만원 이하 요금제 가입자들이 5G 스마트폰으로 바로 교체하려는 수요는 크지 않다. 단말도 비쌀 뿐 더러, 5G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LTE 때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물론, 저렴한 5G 요금제가 추후에 나와야 하지만, 현재는 LTE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하고 5G에 대한 시장검증도 필요한 시점이다. 차라리 LTE 요금제 혜택 강화를 요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처럼 최근 5G를 둘러싸고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첫 5G, 저렴한 5G가 중요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역할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은 사실 따로 있다. 산업계는 자율주행, 원격의료, 빅데이터, 스마트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등 새로운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활력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정부는 5G로 파생되는 신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노력, 인프라 확충, 국민 안전망 구축 등에 앞장서야 한다. 5G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만큼, 진짜 관심이 필요한 곳은 여기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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