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 개발자가 명절을 싫어하는 이유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달력에 표시된 수많은 빨간 날이 누구에겐 마냥 기쁜 날이 아닐 수도 있다. 설날이나 추석 등 연휴를 이용해 차세대 IT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개발자나 PM이 바로 그 누구들이다.
보통 금융권의 경우, 연휴를 이용해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한다. 전산시스템 무중단 이전 및 시스템 오픈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안정성 등을 담보하기 위해선 장기간의 연휴가 시기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시스템 오픈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이 대대적인 전산시스템 점검을 하거나 데이터센터 이전 등을 진행한다. 이들에게 ‘연휴가 있는 삶’이란 여전히 요원하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BC카드 IT 개발자의 죽음’이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BC카드의 불합리한 업무환경을 고발한다”며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설 연휴 중 자살한 IT개발자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번 차세대 실패를 경험한 BC카드가 이번에는 성공하겟다는 의지로 개발자들을 사지로 몰어넣고 있다”고 했다. 결국 무리한 일정과 발주사의 갑질이 죽음으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어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불과 2달 전인 지난해 12월에도 ‘어느 IT개발자의 죽음’이라는 비슷한 제목의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산업은행 차세대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개발자가 건물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두 청원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금융권이라는 점. 그리고 모두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라는 것이다. 현재 비씨카드의 프로젝트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LG CNS가, 산업은행은 SK(주) C&C가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다른 기업들에게 하청, 재하청 형태로 주고 있다. 청원이 주장하는 것은 같다. 열악한 외주 IT 개발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금융권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일반기업 모두에 해당되는 얘기다.
현재 정부에선 추진 중인 ‘SW산업진흥법’ 전면 개정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도 SI 개발자에 대한 처우개선이다. 과업변경·추가시 적정대가 지급, 원격지 근무나 하도급 방지와 같은 정책도 결국 발주사의 ‘갑질’을 방지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무리한 일정 및 비용절감에 따른 과도한 업무 압박은 결국 시스템의 질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이용자의 몫이다.
비대면 업무나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을 통한 이용자 편의성을 위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결국 누군가의 편리함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진 것이다. 결이 다른 얘기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새벽배송 등도 누군가의 밤잠과 뒤바꾼 나의 편리함이라는 생각에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한 정당한 댓가와 대우가 이뤄지는 사회 분위기가 하루 속히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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