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모두가 행복한 '차세대 프로젝트'는 없는 것일까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KB국민은행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인 ‘The K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12일 상품서비스계 고도화 및 마케팅 허브(Hub), 비대면 재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The K 프로젝트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이번 사업에 대한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번 제안요청서 배포는 LG CNS, SK(주) C&C 금융사업본부 관계자만을 불러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제안요청서 배포 기간은 오는 10월 11일까지 한 달 여가 남았지만 다른 업체들이 얼마나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국민은행이 LG CNS, SK(주) C&C만 찍어서(?) RFP를 배포한 자체가 이번 사업의 경쟁 구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번 사업을 통해 국민은행은 빅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서 탈피, 단계적 구축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었다. ‘The K 프로젝트’라는 명칭 자체가 ‘차세대시스템’이라는 단어 자체에 유난히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국민은행의 ‘과거’와 메인프레임 주전산시스템을 유지하기로 한 정책이 반영된 탓이다.

이번 국민은행 ‘더 K 프로젝트’는 계정계 시스템 및 일부 업무시스템을 제외하고 추진되는데 사실 주전산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상황에서 당초 업계가 기대하던 사업 규모와 범위에선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업의 예산은 1500억원 정도로 과거 국민은행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며 투자한 4000억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대신 업계에선 국민은행이 ‘The K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디지털 금융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은행 시스템의 전형, 다시 말해 리딩 뱅크로서의 시스템 구축의 교과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관심을 반영하듯 국민은행의 이번 사업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RFP 발주된지가 얼마 안된 이유도 있지만 금융 IT구축 시장에서 아직 RFP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공유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발주방식 자체로 보면 국민은행의 ‘The K 프로젝트’는 빅뱅 방식의 은행권 프로젝트와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행은 2년 뒤인 2020년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The K 프로젝트’ 오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별로 진행되는 과제와 상관없이 사실상 차세대시스템 구축 과정과 외형상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서 국민은행은 프로젝트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혁신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The K 프로젝트’라는 명칭까지 붙여가며 사업을 진행하지만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형국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모두가 행복한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IT업계에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말이다.

시장의 기대만큼 국민은행의 ‘The K 프로젝트’가 시장의 시대에 부응해 나갈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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