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탐방] 새집 마련한 바로고, 다음 목표는 ‘누구나 부업 가능한 배달’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라스트마일(Last-mile)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대표 이태권)가 지난달 서울 강남구 논현동 새 사옥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배달대행 등 스마트폰을 활용한 이륜차 물류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회사 덩치도 함께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전 역삼동 사옥 시절에는 인원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두 건물에 직원들이 흩어져서 근무해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지난 6일, 본지는 새집 냄새가 물씬 나는 바로고 사옥을 다녀왔습니다.
최근 1, 2인 가구 증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대중화 등으로 배달 대행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죠. 배달음식 업주들도 급여, 이륜차 유지비, 보험료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직접 고용 대신 배달 대행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바로고의 월간 배달 건수도 지난 7월 270만건으로 전년 동기 165만건 대비 약 64% 증가했습니다. 폭염 특수로 인해 8월은 30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판 커지는 배달대행… 더 귀해진 배달기사 = 배달대행 시장 성장을 눈여겨본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고는 지난 5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로부터 약 200억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경쟁사인 메쉬코리아도 7월 현대차·미래에셋으로부터 275억원 투자를 받았죠.
배달 앱 등 배달중개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오히려 배달대행 시장은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점포에 지입기사를 둘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짜장면, 치킨 등 전통적인 배달음식 외에 쌀국수, 샐러드 등도 배달 외식 시장에 합류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오는 9월부터 스타벅스가 알리바바와 손잡고 커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을 모았습니다.
최근 음식뿐만 아니라 온디맨드 서비스로 당일 택배, 환전된 돈도 배달하는 시범서비스를 추진되고있습니다. 이른바 IT(정보기술) 물류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성장하는 시장에 비해 배달기사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입니다. 배달기사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바로고 새 사옥에는 바로고 본사 직원 70여명과 배달대행 직영점 소속기사 60여명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이륜차 물류가 핵심인 기업이라 사옥 정면에도 배달 스쿠터가 동상처럼 배치돼 있는 점도 눈에 띕니다.
◆깔끔한 시설과 카페테리아… '일할 맛 나네' = 1층은 방문자를 위한 카페테리아와 미팅룸으로 꾸며졌습니다. 바로고는 이번에 사옥을 이전하면서 회사 CI(Corporate Identity)도 교체했습니다. 실내에도 이를 반영한 블루톤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적용됐습니다.
인포데스크에는 3~4교대로 바로고 홍보팀 직원이 상주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회사 손님을 맞는 자리에 가장 회사를 잘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배치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건물 여기저기 새 집기가 들어오고 있어 아직은 어느 정도 부산한 느낌입니다. 입주를 환영 선물로 들어온 화환의 꽃도 아직 신선해 보이네요.
지하 주차장에도 자동차 대신 스쿠터가 가득 주차돼 있습니다. 주차장 바닥을 우레탄 대신 많은 예산을 들여 미끄러지지 않는 소재로 교체한 것도 바로고의 특징입니다.
사실 비나 눈이 오면 우레탄 바닥은 스쿠터 운전자에게 굉장히 미끄럽습니다. 배달 중 슬립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배달을 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디테일도 잘 반영된 점이 보기 좋았습니다.
◆내년까지 인력 2배로… 원하는 인재는 ‘오픈마인드’ = 바로고는 사업 확장에 따라 내년까지 본사 직원 숫자를 120~130명으로 약 2배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바로고 인사총무팀 강혁민 부장은 채용에서 학벌, 성별, 나이를 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최근 내근직 채용에서 60대 지원자도 있었다”며 “우리나라에서 많이 따지는 학력 경력 대신 열정과 꿈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회사가 바로고, 그런 의미에서 좀 오픈된 사고방식을 가진 지원자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바로고는 현재 다방면에서 인재를 채용하고 있지만 영업부서와 물류관리 부문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강 부장은 “보통 법인영업의 경우 남자를 많이 뽑고, 바로고 역시 물류회사라 아직은 7대 3정도로 남직원 비중이 높은 상태”라며 “회사 문화를 조화롭게 가져가기 위해 이번 채용에서는 여성분들이 더 많이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내 복지로는 매월 영화나 전시를 관람하는 ‘문화생활 즐겨찾기’, 도서구입비 지원, 맥주·다과와 함께 친목을 다지는 ‘스파클링 데이’ ‘비타민 데이’ 등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복지는 사전 예고 없이 월 1회 오후 3시에 퇴근할 수 있는 ‘맘대로 3시 퇴근’ 제도라고 합니다. 파격적인 내용은 없지만, 자리를 잡고 있는 스타트업인 만큼 점차 조율하고 발전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 바로고의 설명입니다.
◆배달대행 투잡 해볼까… '모두의 배달' 테스트 막바지 = 바로고는 다음 사업으로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 기반 배달 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소싱은 대중과 아웃소싱의 합성어로, 기업활동 일부 과정에 대중을 참여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전문 배달인이 아닌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배달 주문을 수행하고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현재 배달 대행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크타임에 기사 공급이 부족해 시간이 지연된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짬짬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음식점 업주와 손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간에 음식을 배달할 수 있겠죠.
이는 누구나 배달 라이더가 될 수 있는 우버이츠 모델과 유사합니다. 다만 우버이츠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레스토랑 음식 배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배달 파트너사가 많은 바로고는 주문 콜 수 확보에서 유리합니다.
우버 앱을 통한 주문만 연결하는 우버이츠와 달리 요기요, 푸드플라이, 각 파트너사 콜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주문까지 모두 취급할 수 있으니까요. 라이더에게 비교적 더 높은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초보 라이더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자동배차’ ‘자동관제’ 시스템도 도입될 예정입니다. 카카오택시에서 도입할 예정이었던 ‘강제배차’ 시스템과 비슷합니다. 기사가 주문 콜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조건에 있는 기사에게 특정 콜을 배차하는 것이죠.
현재 시스템은 대부분 일명 ‘전투배차’, 좋은 콜을 먼저 가져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붙습니다. 이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면 초보 라이더들은 다소 불리한 조건의 주문 콜만 받아가게 되겠죠.
승영욱 바로고 전략기획본부장은 “음식 자동 배차는 카카오택시처럼 사람을 배차하는 것보다 매칭하는 알고리즘 난이도가 높은 편, 음식은 식으면 안 되므로 배달 완료까지 30~40분이라는 시간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 라이더의 수익성을 고려해 1회 여정에 여러 건을 묶어갈 수 있는 모델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라이더가 크라우드 소싱 앱을 통해 벌어갈 수 있는 수익은 시간당 3~4건, 1만원에서 1만5000원 정도라고 합니다. 퇴근길에 1시간씩 투잡으로 배달 라이딩을 뛴다면 1달에 약 20만~30만원 정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겠네요. 다음 달부터 결제 엑스큐션(Execution) 테스트 단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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