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변죽만 울린 한·미·일 ‘비식별 데이터’ 토크 콘서트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안전하고 자유로운 데이터 활용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빅데이터는 발전하지 못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등 가까운 미래를 이끌 4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는 중심이자 근간이다. 빅데이터가 충족되지 않으면 4차 산업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러한 빅데이터에는 개인정보도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에 대한 합리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6일, 정부 주최로 한국, 미국, 일본의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전문가들이 모였다. ‘한·미·일 개인정보 비식별 전문가 토크 콘서트’를 통해 해외의 비식별 데이터 활용 동향과 사례를 공유하고,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사실, 이번 행사는 비식별조치 법제화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열렸다. 다음주 비식별조치 법제화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고, 이달 말경에는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회의에 비식별조치가 주요 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가명정보와 비식별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개인정보보호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비식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이번 행사에 담겨있기도 하다.
지난 1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명확하고 정당한 공익적 가치가 아니라면 가명처리된 데이터에 대해서도 정보주체 동의가 필요하고, 민간·공공 데이터 결합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재식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린 행사는 변죽만 울리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일본 측 연사는 영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참석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일어 통역을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영어로 발표하겠다는 상대측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다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행사를 주관한 정부 관련 관계자조차 일본 측 연사가 관련 전문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귀띔하기도 했다. 토크콘서트 자체도 급하게 연사가 섭외되면서 2주만에 진행된 행사였다. 연사들 모두 각국의 비식별 방안에 대해 소개했지만, 실제 활용 사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번 토크 콘서트만으로는 한국이 왜 비식별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모자라 보였다.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대 측을 충분히 납득하기에는 어려웠다.
이런 지적에 대해 “올 사람은 다 왔다”고 일축한 행사 참여 관계자도 있었다. 그러나 비식별조치, 가명화 방안 등은 업계를 대표하는 그들만 만족하고 말 이슈가 아니다.
국민의 정보를 산업 발전에 쓰이게 하려면, 상대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논거가 필요하다.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로도 이용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는 더욱 중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사이에서 접점을 찾고 골든타임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애써왔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행사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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