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대만) =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의 도심 풍경은 한국과 비슷하다. 높게 솟은 고층 빌딩과 운집한 상권의 모습이 활기차다.
원래 IT에 자신감을 보여왔던 대만이지만 최근 들어 이 곳 IT기업들의 성장세는 더 매섭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대만 내 인공지능(AI) 관련 인력 육성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AI 시장에서 대만이 새롭게 부상하는 모양새다. 이미 대만은 글로벌 IT 시장에서 ‘작지만 강한’ 나라로 발돋움한 지 오래다.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는 이 분야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작년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6%였다. 삼성전자는 7.7%로 세계 4위 수준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7나노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형 고객사 퀄컴, 애플 등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패키징 시장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분야 글로벌 선두권 기업 ‘르웨광’(ASE)과 ‘시핀’(SPIL)도 대만 기업이다. 지난 2016년 말, 대만 공평거래위원회(FTC)는 ASE과 SPIL의 합병을 공식적으로 확정한 바 있다. 대만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ASE과 SPIL의 합병건 등의 영향으로 업계 투자지출(CAPEX)이 다소 눌려 있었으나, 최근 ASE와 SPIL의 합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CAPEX 집행이 예상되고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분야도 호황을 맞고 있다. 이 분야 글로벌 시장 3~4위로 평가받는 대만의 MLCC 제조업체 야교(Yageo)는 영업이익률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동종업계에서 국내 삼성전기는 글로벌 시장 1위 일본 무라타(점유율 40%대)에 이어, 20%대 점유율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대만의 PCB(인쇄회로기판) 산업은 작년 PCB 기술변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엔 상승세를 탈 것이란 기대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DB금융투자는 지난 2일 대만 IT 산업 출장 보고서를 통해 “PCB 산업은 SLP(Substrate Like PCB), RF 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 등 수율 안정화로, 2018년 고객 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면서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많이 포착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만 IT 기업이 애플 아이폰에 대해 높은 의존도를 지닌 점은 숙제로 남는다. 대만의 주요 IT기업들은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 및 생산 여하에 따라 수익 측면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대만 IT기업 19개사의 올해 2월 매출액은 약 7040억 대만달러(약 26조원)로, 전년 동월 대비 8% 가까이 감소했다. 애플 아이폰X의 판매 부진에 따른 여파다.
어쩌면 최근 대만 IT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AI 산업에서 애플 의존도를 떨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대만의 AI 기반 솔루션 기업 애피어는 아시아 내 12개국에서 1000개가 넘는 글로벌 브랜드와 에이전시를 통해 자사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설립된 지 6년여 만에 아시아 내 12개국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이처럼 AI 관련 사업은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업와 달리 세계 여러 다양한 분야 기업들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고객사에 의존하는 대만 IT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산업은 시장 초기 단계다. 이 가운데 애피어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우선 선점해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애피어는 9일부터 11일까지 일본, 싱가포르, 한국의 기자를 초청해 환영식을 열고 사업 설명회를 가지는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환영식을 통해 애피어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대만에서 등장한 AI 광고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IT업계에 새로운 파도를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