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일까’ 삼성전자 주식 액면분할 결정… 미묘한(?) 시각차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삼성전자 주식의 액면분할 시나리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던 이슈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공기가 미묘한 시점에선 액면분할설이 뜬금없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은 ‘액면분할 검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3월24일, 당시 권오현 부회장은 서초 사옥에서 열린 ‘제2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액면분할은 주주가치 제고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이래 왔던 삼성전자가 31일 이사회를 열고 50: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에 시장이 받은 충격은 일단 커보인다.
삼성전자측은 액면분할의 배경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들었다. 더 많은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되고,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통한 기업이익의 주주환원, 유동성 증대 효과에 따른 주식 거래 활성화 등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주주 친화적 정책과 관련, 삼성전자는 2017년 배당 규모를 전년 대비 20% 올린 4.8조원, 올해에는 9.6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장은 3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액면분할 결정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이날 오전까지 전일 대비 4~5%정도 큰 폭으로 상승한 260만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주식 액면분할 결정은 주식 시장에는 호재임이 분명하지만 관련한 시장의 평가는 다소 조심스럽다.
액면분할이 됐을 경우, 삼성전자의 적정한 주식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장의 혼선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액면분할 시에는 대체로 착시효과가 나타난다. ‘삼성전자 주식이 싸졌다’는 인식 때문에 액면분할후 5만원인 주가가 큰 저항을 받지않고 10만원으로 크게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 자체가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신중해야 한다.
국내 투자금융업계가 현재 실적을 기준으로 분석한 삼성전자의 적정 주가는 약 330만원~350만원이다. 만약 액면분할 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주가가 단기기간에 점프한다면 액면분할 전 기준으로 주가는 500만원인 셈이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버슈팅될 수 있다.
◆물량 폭탄? 삼성전자 주식수 1.2억주에서 64억주로 확대 = 삼성전자가 주식분할을 결정하면서 현재 1억2000만주 수준의 총발행 주식은 단숨에 약 64억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1주당 액면가액은 5000원이지만 액면분할후에는 100원으로 조정된다. 우선주도 기존 1800만주에서 9억주로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3월26일부터 4월26일까지 구주권 제출 예정일로 정했으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5월16일이다. 앞서 4월25일부터 신주변경상장일 전일까지는 매매 거래가 정지된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 주식 시장의 유동성을 삼성전자가 대거 빨아들임으로써 국내 주식 시장이 오히려 양극화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이 주식시장의 물량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 대형주보다는 코스닥쪽으로 몰리는 개인 투자자금이 삼성전자 등으로 쏠릴 경우,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코스닥 지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이재용 부회장 재판, 그룹 지배구조 관련 등 다양한 관측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수감중이고,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공교롭지만 액면분할을 결정한 시점과 맞물려 여러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다.
앞서 기존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적 정책은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액면분할은 새로운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사실상 가격문턱을 낮춰 삼성전자 주식을 ‘국민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 주가의 흐름이 회사측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리면 정치적 해석이 뒤따를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1억2000만주의 총주식중 약 70% 정도가 시장에서 유통중이다. 상장 주식 전체의 40% 가량이 외국인 지분이고, 개인들 비중은 평균 13~15% 수준으로 분석되는데 중장기적으로 이 비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함께 자연스럽게 경영권 구도와도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선 그동안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검토하지 않았던 주요 이유중 하나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
액면분할로 일반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지분이 많아지면, 다양한 그룹내 지분을 교차 소유한 계열사간 M&A(인수합병) 등 의사결정에 불필요한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은 이재용 부회장이 더 이상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와 관련한 관점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액면분할 결정으로 지난해 한 때 돌출됐었던 삼성SDS의 삼성전자로의 합병 가능성도 더 낮아지게 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물적분할 및 인적분할 등 기술적 과정을 거쳐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의 지분과 삼성전자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지분을 늘리는 것이 그동안의 시장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통해 향후 주가가 상승해버리면 삼성SDS 주식과의 교환비율에서 이 부회장이 기존보다 유리해질 것은 전혀 없다. 따라서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 시나리오측면에서 본다면 액면분할은 그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지목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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