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임시조치 개선안, 근본적 문제 해결 못해”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인터넷 임시조치(정보삭제요청권) 완화 방안을 내놨으나,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방안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임시조치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는 방통위의 임시조치 완화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며 “합법적 게시물, 원래는 차단돼선 안 되는 게시물이 차단당하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조치(정보삭제요청권)는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사업자가 임시로 차단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개인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7년 7월 도입됐다.
그러나 2008년 9만건이었던 임시조치가 2016년 45만건으로 늘어나면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구체적인 소명 없이 신청하더라도 사업자가 그대로 받아들여 게시물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 개선 방안의 핵심 역시 권리 침해 주장자와 정보게재자 양 측에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는 ‘이의제기권’ 신설이다. 그러나 일정 기간 내 이의제기가 없다면 게시물을 삭제한다는 항목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심 교수는 “이 방안의 본질이 게시물 작성자가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게시물을 삭제되는 것이라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엄청나게 제약하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일반인 입장에서 적극 대응하기보다 포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심 교수는 이 방안이 또다른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해외 사업자에게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홍석 공익법센터 소장 역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의 주인은 글을 쓴 사람, 글을 삭제할 권한 역시 작성한 사람한테 돌아가야 한다”이라며 “임시조치는 정말 임시적어야 하며, 분쟁 조정 중에 스스로 그 글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양 소장은 “임시조치라는 것은 책으로 출판됐다면 배포금지, 방송이라면 방송금지 가처분, 요즘 화두가 되는 영장이 나오는 절차와도 충분히 비교를 할 수 있다”며 “우리 헌법에서는 기본권을 제한할 때 사법적 숙고를 고려하도록 돼 있는데 완전한 사법절차는 아니더라도 준 사법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정보통신사업자의 면책 확대 여부를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심 교수는 면책 확대를 “사업자가 단순하게 삭제 역할만 하는 기계적 판단을 늘릴 수 있는 조치”라고 반대한 반면, 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분쟁 내용을 판단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업자는 판단과 책임이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하지 못한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 역시 의견서 제출을 통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인지하지 못한 정보에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되며, 삭제나 차단이 의무화되서도 안된다”며 최 사무국장과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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