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얼마 전 한 지인이 가상화폐의 일종인 ‘리플’에 투자해 3일 만에 600만원을 벌었다고 자랑을 해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비트코인’ QR코드를 보여주면서 1000만원이 될지 2000만원이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점차 주변에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화두에 잠시 밀려나 있었던 ‘가상화폐’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여의도에 사라진 ‘객장’을 부활시켰으며 하루 거래량이 몇 조가 된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다.
외국에서도 한국에서의 가상화폐 열풍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 중국 등지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일도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1일 거래량을 이미 가상화폐 거래소가 능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러모로 2017년 연말이 ‘가상화폐’라는 이슈에 함몰되는 분위기다.
정작 기자는 가상화폐에 썩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예전 가상화폐 세미나가 열린다고 해서 장소를 알아보니 한 대형 찜질방에서 개최된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 적도 있다. 선물을 미끼로 어르신들의 쌈짓돈에 욕심내는 전형적인 ‘사기’로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업체는 한 공공기관의 강당을 빌려 가상화폐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고 사진만 찍고 돌아간 것도 봤다. 공공기관 로고가 배경에 쓰인 그 사진이 어떻게 쓰일지는 뻔하다.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비법(非法)은 불법(不法)’으로 인식돼 왔다. 핀테크 초기 때만 하더라도 법 조항에 해당내용이 없다고 해서 불법 취급을 받은 사례가 허다하다. 정부는 비법이라는 의견을 견지하면서 은연 중 불법이라는 인식으로 가상화폐를 다루고 있다. 문제는 비법이 일부 핀테크 기업의 성장을 막은 것과 달리 가상화폐에 대한 비법 취급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가상화폐로 자본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의 경우 대형 투자사 위주의 기업 투자방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우리나라에서는 투기의 냄새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투자의 결과는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하더라도 공정한 거래의 룰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규제든 완화 등 정부의 정확한 입장과 정책이 필요하다. 아무리 새로운 시장이 개척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특히 그것이 ‘돈’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면 정부의 명확한 정책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법무부가 지난 4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행성 투기거래와 범죄를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로 ‘가상통화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고 한다.
법무부를 주관부처로 하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는 가상화폐 문제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관계 기관 간 협의를 거쳐 가상통화 거래 규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미 막대한 자금이 돌기 시작한 가상화폐 시장을 볼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행동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다만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할 때다.